지난해 하반기 이후 힘없이 무너지던 정보기술(IT)산업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조금씩 생기를 되찾고 있다는 보도다. 정부는 물론 국내 연구소와 외국 투자기관들까지 불황 장기화를 우려할 정도로 우리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한 와중에 수출 한국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야 할 IT산업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인다는 것은 더없이 반갑고 기쁜 일이다.
지난 8월부터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한 반도체 수출이 9월에는 전월 대비 10% 이상 증가했고, 약세를 면치 못하던 D램 현물가격이 4일 연속(거래일 기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1달러 수준을 회복했다는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청신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20%대에 그치던 D램 수요증가율이 100%대로 급증하고, D램업종의 재고가 6∼10주에서 4∼8주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경기하락기에 발생하던 재고누적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는 조짐도 긍정적인 현상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8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TFT LCD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윈도XP·휴대폰·디지털가전 등 첨단 전자제품의 수출 및 내수가 호조를 보이면서 관련 부품·소재업체들도 늘어나는 신규 주문에 대처하기 위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및 TFT LCD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IT경기의 선행지표가 되는 부품업계가 기나 긴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IT경기 회복을 입증하는 반가운 시그널이다.
물론 IT경기 회복에 대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 및 TFT LCD 수출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은 크리스마스 등 계절적 특수로 인한 반짝상승과 대형 PC업체들의 D램 선취매, 그리고 일부 반도체업체들이 128메가에서 256메가 D램으로 업그레이드함에 따라 나타나는 기술적인 감산효과로 이를 IT경기 회복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이다.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닐 정도로 대내외적인 위험 요소들이 곳곳에 잠복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맞는 말이다. 보복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세계 경제의 동반침체가 더욱 심화될 수 있고, 하이닉스를 비롯한 부실기업 문제 등 대내외적인 문제해결이 만만치 않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을 모르고 추락하던 D램과 TFT LCD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도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또 새로운 운용체계인 윈도XP 등 연말 이후 시판되는 신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들이 제한적이나마 IT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IT경기 회복을 점치게 하는 긍정적인 요인들도 수없이 많다.
그뿐 아니라 세계 경제 동반불황과 미 테러참사 여파에도 불구하고 다른 신흥 시장국가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는 것도 IT산업 경기의 조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드는 요인의 하나다. 외환 위기 이후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외부 충격에 대한 내성을 기른 것이 우리 경제의 커다란 강점이기 때문이다.
악재와 호재가 중첩된 가운데 모처럼 찾아온 호기가 IT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틈새시장 개척과 신규 유망품목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차제에 대미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과 한·일 투자협정을 조기에 마무리하는 등 외국인 투자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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