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당경쟁은 `공멸의 전주곡`

 과당경쟁은 장기적으로 업체간 공멸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하루빨리 근절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그런데도 국내 업체간 제살깎기식의 과당경쟁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미8군 영내 국제전화 선불카드 및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사업권을 놓고 국내 5개 기간·별정통신사업자들이 벌이는 수주전도 과당경쟁에다 이전투구 양상까지 보인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사업은 미8군 소속 군인과 그 가족 및 군속 등을 대상으로 국제전화 선불카드를 판매하고 우리의 PC방 같은 개념의 인터넷 휴게실을 만들어 초고속인터넷 및 관련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공사다. 이 사업에는 처음에 국내 3개 업체가 참가해 경합을 벌였으나 추가로 2개 업체가 가세해 지금은 5개 업체가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미군 대상 국제전화 선불카드사업은 이윤이 일반 국제전화 선불카드와 마찬가지로 별로 많지 않다고 한다. 또 초고속인터넷서비스는 수익보다는 투자의 의미를 내포해 국내 업체간 사업권 수주를 위해 출혈경쟁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업권 획득에 나선 5개 사업자들이 저간의 사정을 알면서도 과당경쟁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그것은 국내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그로 인해 업체의 경영난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되살아날 때까지 살아남는 것이 업체의 급선무라는 것이다. 또 미8군의 이번 사업권 수주가 의미하는 상징성이 커 앞으로 해외사업권 수주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판단도 한몫하고 있다.

 국내 업체의 이러한 절박감과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불황으로 업체들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이윤이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상황에서 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무리수를 두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당경쟁은 국내 업체의 이윤창출이나 경영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점에서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당장 이번 미8군 사업권만 해도 국내 업체들의 과당경쟁이 부메랑이 되고 있다. 미8군 측과의 협상에서 국내 업체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미8군은 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협상일정을 늦추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속수무책이다.

 우리는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본다. 업체간 과당경쟁은 건전한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나아가 나쁜 선례를 남겨 해당 업계에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미8군 사업권을 따내더라도 그 업체가 적정이윤을 남기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윤을 보장받는 사업권을 따내야 최상의 공사를 할 수 있는데 적자를 보면서 완벽한 공사가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다.

 최상의 품질로 완벽한 공사를 하는 것이야 말로 앞으로 국내외 업체를 대상으로 한 사업권 수주전에서 가장 확실한 담보이자 유리한 조건이다.

 출혈경쟁으로 사업권을 따내 부실공사를 하면 해당업체의 신뢰도에도 먹칠을 할 것이다. 가뜩이나 우리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 나가서도 과당경쟁으로 인한 물의가 적지 않았다. 이제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국가경쟁력을 저하하는 이같은 과당경쟁은 근절해야 한다. 과당경쟁은 상생의 길이 아니라 공멸의 출발선이다. 해당 업계가 과당경쟁의 악순환을 이번 기회에 근절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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