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재해로 인해 전산시스템에 이상이 생길 경우 그 대책이 미흡하다고 한다. 금융권이 재해복구대책을 게을리한다면 태풍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있는 것과 별로 다를게 없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물론 금융권이 재해를 당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지진과 같은 천재도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전지대로 그리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밖에 화재나 수해 등의 재해를 예상할 수 있지만 이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더라도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이미 보도된 대로 지난해 국내 한 증권사 전산시스템이 스프링클러 고장으로 인해 마비된 사례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얼마든지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또 사고를 당하더라도 재해대책을 평소에 세워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의 차이는 크다.
외국 사례에서도 지난 93년 미국 세계무역센터 폭파사건 때 재해복구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150여개사가 도산했지만 그들이 재해복구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었더라면 그 중 많은 업체들이 도산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당시의 분석이었다.
일본에서는 원격지 복구시스템을 갖춘 업체들이 지진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불과 1시간 만에 거의 완전하게 복구한 사례도 있다. 또 복구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업체들은 수십일 동안 거래를 하지 못해 그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고객들의 신뢰까지 상실해 피해가 더 컸다고 한다.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 도입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재해복구시스템을 완비하지 않고서는 안될 일이다. 건강한 사람이 건강보험에 드는 것은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국민이 초고속망 등을 이용해 계좌이체나 주식매매 등 사이버 거래를 활발히 하고 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금융권을 믿고 전산거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에 하나 재해가 발생해 금융권의 전산시스템이 고장이라도 일으켜 고객의 각종 정보나 재산에 타격을 가한다면 그것은 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면 사이버 거래가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인해 거래가 위축될 것이다. 국민이 국내 금융사를 불신하게 되면 재해복구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는 외국기관으로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은 재해복구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이른 시일 안에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감원도 재해복구시스템 규모와 복구시간 등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어 내달로 예정된 발표시기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
또 그 규정은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업계의 현실을 감안해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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