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의 영원한 맞수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디지털 캠코더와 가스오븐레인지 등을 서로에게 공급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양사의 협력이 던져준 엄청난 파장과는 달리 유통시장에서의 실질적인 결과는 영 신통치 않다는 평가다.
상호 협력의 성과에 대해 사족을 단다는 것은 시기가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양사 경영진과 실무진 모두 서로간의 협력에 커다란 기대를 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특히 양사는 전속대리점의 반발을 의식해 협력품목의 모델을 다양화하는 데 주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도 활발한 지원을 펼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디지털 캠코더의 경우 LG측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삼성측이 출시하는 신모델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아 다양한 모델을 취급하는 것을 원하는 반면 삼성측은 전속대리점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에 모델수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입장이 이렇게 배치되다 보니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뤄졌던 양사간 협력은 점차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외산업체가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상황에서 양사가 티격태격 싸우기보다는 서로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등 과감하게 상호 협력함으로써 외산업체에 대응하자는 취지가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양사의 최고경영자는 연초 처음으로 두손을 맞잡으면서 ‘OEM 협력을 활성화해 급속하게 글로벌화되어가는 내수시장에서 윈윈전략을 펼치자’고 굳게 약속한 바 있다. 그 약속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양사는 상호 협력을 활성화하는 해법을 조기에 찾아야 한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삼성-LG 협력시대 개막’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활전자부·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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