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품소재산업의 미래상

 우리에게 취약한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누차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정부가 어제 부품소재산업 발전전략 보고대회를 열어 부품소재의 세계적 공급기지화를 추진하겠다는 장기비전을 제시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우리의 부품소재분야 무역흑자를 500억달러 달성한다는 계획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3대 발전목표와 5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고 한다.

 우리는 정부가 제시한 이번 장기비전이 민관의 체계적인 공조 아래 조금의 차질도 없이 당초 계획대로 추진돼 부품소재산업의 세계화를 이룩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지금 우리의 부품소재산업은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상당해 핵심 부품소재의 수입의존도가 높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자칫 부품소재산업의 생산기반조차 와해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이는 곧 부품소재의 대외종속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경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글로벌소싱이 늘어나고 경제의 패러다임도 완제품에서 부품과 소재 중심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이미 선진국들은 이런 흐름에 대응해 부품의 대형화 또는 전문화를 통해 극소 초경량 부품의 개발 및 생산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는 기업규모의 영세성과 독자 기술개발에 따른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많다. 그러다 보니 설계기술이나 응용기술 등 핵심기술은 선진국의 65%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또 가격과 품질경쟁력을 포함한 전체 경쟁력은 선진국의 85% 수준이다. 더욱이 부품소재기업들의 마케팅전략이 내수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해 과당경쟁이 빈발하고 이로 인한 경영악화도 심각한 실정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부품소재의 세계적 공급기지화를 달성하려면 우선 독자적 기술기반을 구축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특히 설계·시험평가 등 원천기술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수입하는 100대 품목 중 기술부족때문에 수입해 쓰는 제품이 53개에 달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동안 성공한 기업도 있지만 일부는 오랜 노력끝에 국산화해 시장에 내놓은 제품이 기술이나 품질의 신뢰성 등에서 외국제품에 비해 우위를 확보하지 못해 중도에서 포기한 사례도 없지 않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신규 설비투자나 첨단기술 개발 및 해외시장 진출 등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둘째, 정부가 기술이나 품질에서 신뢰성을 인증한 부품이나 소재에 대해서는 공공부문 우선구매 등으로 자생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런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면 해외시장 개척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나아가 부품소재기업의 전문화·대형화도 이뤄질 것이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부품소재산업 육성에 대한 정책의 일관성과 내실있는 추진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구체적이고 내실있는 추진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시용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정책의 성패는 입안못지 않게 실천에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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