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광 AT그룹 사장
요즘 언론에 주목거리로 등장한 문제가 박노항 원사의 체포로 대표되는 지도층의 병역비리 문제다. 이와는 궤를 달리 하지만 우리 벤처산업계 역시 병역과 관련된 주요 이슈를 떠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4월 16일 한 방송뉴스에 벤처창업자의 병역문제가 보도된 이후 병역특례문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테헤란밸리 벤처기업들에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다. 이제까지 관행적으로 문제되지 않던 문제까지 새롭게 돌출된 탓이다.
병역특례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 그 뿌리를 두고 있어 항상 뜨거운 감자와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헌법에는 국방의 의무를 국민의 4대의무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가 국민개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까닭에 사회경제적인 필요성과 공평성의 문제가 항상 논쟁거리로 부각되어 왔다.
보도 내용만 보면 벤처기업을 창업해서 사실상 병역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있고 사회적으로 이것이 대단히 문제있는 것처럼 되어 있다. 물론 만에 하나 병역회피를 위해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이를 국방의 의무를 회피하는 도구로 사용한다면 어떤 경우에도 사회적으로 비난과 징벌을 피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기존 병역특례제도 자체의 결함 때문에 혹시라도 병역특례제도가 그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 경우 제도의 개선을 통해 제도를 합리적으로 고쳐야 할 것으로 본다.
벤처기업을 창업하려면 핵심 엔지니어가 필요하고 이들이 대부분 병역특례자로 기업에 취업하게 된다. 그런데 초기 기업의 경우 창업자가 엔지니어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우를 다반사로 보게 된다. 당연히 핵심 엔지니어가 경영자로, 혹은 등기이사로 활동하게 된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이런 관례대로 별 의심없이 일을 해왔다. 물론 법적으로 대표이사를 맡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사실상 대표이사 사장으로 활동해 온 벤처기업들이 상당수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병역특례제도의 목적이 무엇인가다. 이 문제는 그동안 정부가 병역특례 대상을 대기업연구소 위주로 지정해 온 데서 탈피, 벤처기업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한 데 따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일 경우 전혀 문제될 여지가 없었지만 벤처기업의 경우는 연구원이 창업자가 될 수 있고 정부도 창업을 장려하고 있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법률이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이를 규제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비가 되어야 규범으로서 효력을 가진다.
최근의 상황은 벤처기업이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받을 수 있게 됐고 병역특례자가 자신의 기술을 활용해 창업할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에 대해 고민없이 예전의 법률을 그대로 유지한 데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다시금 돌아보면 정부는 벤처기업을 병역특례 대상에 포함하도록 한 정책을 내놓은 시점부터 창업을 고려해 경영자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혹은 피고용인으로만 일하게 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법률을 정비해 두었어야 했다.
벤처기업이 우리 경제의 주축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이에 국가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는 상황에서 병역특례자를 엔지니어로만 일하도록 한정하는 상황은 라이트훅을 특기로 삼는 권투선수에게 라이트훅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일 것이다.
최근 문제되고 있는 N사 N씨의 일을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그 업체가 얼마나 뛰어나고 얼마나 그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를 이야기함으로써 현 실정법 위반여부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다만, 원칙적인 의미에서 사회경제적인 요구가 어떤 것인지, 벤처업계의 정책과 법률을 담당해온 사람의 입장에서 어떤 제도가 ‘법(法)’자에 있는 삼수변의 의미를 잘 살리는 길인지, 그래서 있는 대로 ‘물흐르 듯이’ 법을 만들 수 있는지를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law@cyberlw.co.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3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4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5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6
美-中, “핵무기 사용 결정, AI 아닌 인간이 내려야”
-
7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8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9
아주대, GIST와 초저전압 고감도 전자피부 개발…헬스케어 혁신 기대
-
10
서울대에 LG스타일러 … LG전자 '어나더캠퍼스' 확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