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안으로 보스턴·도쿄·상하이·영국 등 네곳에 해외IT지원센터를 추가로 설립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산하 IT지원센터는 98년에 개소한 실리콘밸리센터, 그리고 지난해 문을 연 베이징센터에 이어 모두 6개소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기존의 운영사례를 보건대 앞으로 센터운영의 성패는 지원센터의 숫자를 무작정 늘리는 일이 아니라, 이들을 어떻게 내실있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정부가 거액의 예산을 들여 잇따라 해외IT지원센터를 설립하는 가장 큰 이유는 IT분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독자적인 마케팅 능력과 영업망을 갖추고 있지만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분야의 영세한 중소·벤처기업들은 아직 그럴 형편이 못된다. 능력과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규모의 영세성으로 해외진출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것이다.
해외IT지원센터의 기본 임무와 역할이 자연스럽게 현지국가의 관련정보 수집, 현지 마케팅, 기술중계, 영업망 개척 등을 지원하는 일로 압축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부정책 역시 애당초 여기서부터 출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앞서 개소한 실리콘밸리나 베이징센터의 경우 이같은 기본 임무나 역할은 현지의 여러가지 여건상 그 실천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선 입주기업들을 효율적으로 지도할 전문인력이 태부족이고 현지기업이나 인맥을 주선할 현지인의 채용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입주자들의 언어소통 문제도 엄청난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센터를 운영하는 관리자 역시 거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파견된 사람이라는 점에서 현지활동에 제약을 받기는 입주기업 관계자나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외IT센터의 기본 임무와 역할은 따라서 입주기업들에 사무공간과 각종 사무·통신장비 등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고 한다. 서울 인근에 들어선 여느 벤처빌딩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입주기업 역시 현지센터를 현지정보를 수집하고 마케팅 거점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그저 외부와 차단된 조용한 개발실 정도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모든 입주기업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되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기업들이 국내보다 몇십배의 비싼 대가를 치르며 굳이 해외로 나갈 이유가 있겠느냐며 회의감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해외IT지원센터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다행히도 정부당국은 올해 안으로 기존 실리콘밸리센터의 최고책임자와 직원 일부를 현지인으로 구성키로 했다고 한다. 또한 오는 6월 개소할 도쿄센터 역시 현지인을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우리는 해외IT지원센터가 단 한 곳만이라도 당초 정책의 취지를 살리고 입주기업들의 크고 작은 불만이 해소될 수 있도록 내실 있게 운영되기를 바란다. 또한 그 결과로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로 오는 2005년 소프트웨어 수출 33억달러 달성의 진원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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