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콘텐츠육성법에 부쳐

그동안 입법 과정에서 논란을 빚었던 「디지털콘텐츠 육성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콘텐츠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콘텐츠산업육성법(안)」으로 선회했다는 소식이다. 원래는 콘텐츠의 보호와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좇는 과정을 걷다가 저작권자를 비롯한 문화산업계의 의견을 일부 수용함으로써 산업육성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디지털콘텐츠라는 신규산업 분야 육성을 전제로 하면서도 이해당사자들인 콘텐츠사업자나 서비스사업자 등 관련사업자들을 아우르는, 제대로 된 토론회 한 번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콘텐츠산업육성법(안)」은 지난해부터 추진돼온 「디지털콘텐츠 육성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에서 저작권자 등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권리보호 관련조항 등을 삭제하고 디지털콘텐츠를 육성하는 조항들을 구체화한 다음 그 명칭을 바꾼 것이라 할 수 있다.

삭제 조항으로는 「디지털화에 필요한 권리처리(제27조)」와 「콘텐츠제작자에 대한 디지털화권 부여(제20조)」 등이다. 원저작권자보다는 콘텐츠제작자(CP)들의 권리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항들을 이번에 모두 제외한 것이다. 또한 옥상옥의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지적되던 「디지털콘텐츠진흥원 및 관련단체 설립에 관한 조항(제14조, 제19조)」 등도 삭제됐다.

추가되거나 구체화한 조항으로는 「디지털콘텐츠산업 및 기술발전위원회 설립(제27조)」과 「디지털콘텐츠물의 정의(제2조)」를 비롯해서 「디지털콘텐츠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금지조항(제7조, 제8조)」 등이다. 또한 불법복제와 공중전달 및 허위등록에 관한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할 수 있는 조항들도 새로 마련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그 취지나 동기의 순수성에도 불구하고 제정 방식이나 절차

를 놓고 적지 않은 논란과 후유증이 예상되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디지털콘텐츠산업육성법(안)」 그 자체에 대해 『과연 이런 법이 필요한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디지털콘텐츠물에 대한 정의가 무우 자르듯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는 한 이 법안이 기존 저작권법·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과 중복되거나 마찰을 빚게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인 것이다.

또한 개선된 법안에 대해 이번에는 CP 측이나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들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새로 마련된 디지털콘텐츠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금지조항들이 벌써부터 이해당사자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범부처 차원에서 디지털콘텐츠산업을 육성한다는 의미로 명문화한 디지털콘텐츠산업 및 기술발전위원회 설립 조항의 채택 역시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산업 주도권을 놓고 영역다툼이 한창인 관련부처간에 이 같은 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겠느냐는 것이다.

법의 운용이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적용되면 그 상대방은 반드시 불리하기 마련이다. 또한 법은 한번 만들어지면 고치기 어렵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저작권법 등 유관법률을 참조하는 일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내실있고 공정한 공청회 등을 열어 착실하고 설득력있는 입법 과정을 밟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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