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터넷 분야에 대한 투자가 중복되고 있다는 보도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현재 투자된 초고속 인터넷 가운데 10%에 약간 못미치는 8400억원이 중복투자됐다고 한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2∼3년 전부터 불어닥친 초고속 인터넷 열풍에 따라 사업자들이 너나없이 이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소비자들이 초고속 인터넷에 가입하려면 상당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 특히 지방이나 중소도시 등에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때에 공급받지 못해 원성이 자자한 경우가 적지 않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난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방에는 초고속 인터넷 공급이 부진하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등에만 투자가 집중돼 국가적으로 심한 불균형을 낳고 있다.
현재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과잉보다는 중복투자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가입자들이 줄을 서고 있는데도 덤핑에 가까운 가격으로 서비스를 하는 것은 바로 그런 연유에서다.
이같은 구조는 엄청난 설비투자가 드는 초고속 인터넷망의 국가적 낭비일 뿐 아니라 사업자들의 경영구조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며 지역간의 정보격차를 벌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과당경쟁의 폐해도 이미 드러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용요금이 원가의 50%에도 못미칠 정도로 낮아져 사업자들의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은 사업자당 가입자 규모가 300만명에 도달해야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한 선발업체만 이제 100만명을 넘었을 뿐 나머지 대형 2개 업체는 60만∼70만명으로 언제 손익분기점에 도달할지도 미지수다.
이보다 가입자가 훨씬 적은 수많은 중소 사업자의 경우 가입자를 늘려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여 심각한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초고속 인터넷은 광섬유나 케이블 등을 이용하는 유선이지만 앞으로 이동전화를 사용하는 무선 초고속 인터넷도 보급이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보여 유선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초고속 인터넷을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일대 수술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선 정부는 지금처럼 초고속 인터넷 사업에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것은 비교적 자유롭게 하더라도 일정 지역에서는 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하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복투자를 사실상 막기 어렵다. 이미 투자된 부분도 가능하면 통폐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사업자도 스스로 무분별하게 이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자제하고 이미 발을 들여놓은 사업자는 양적 확대로 인한 승부보다는 초고속 인터넷의 품질을 높여 적정한 가격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춰나가야 하겠다. 초고속 인터넷이 중복투자로 부실화된다면 정보사회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디딤돌이 부실한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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