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83) 벤처기업

러시아의 마피아<23>

나타리야는 그녀의 숙소로 가서 여장을 풀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녀가 오자 우리는 다시 술잔을 채우고 건배를 하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케나리아냐가 포도주를 좋아했기 때문에 술은 주로 포도주를 마셨는데 탁자 위에는 코냑과 보드카도 놓여 있었다. 건배를 하면서 술잔을 비운 나는 갑자기 취하고 싶은 충동을 받았다. 그것은 겨울의 보덴 호수 분위기가 그렇게 충동질하고 있었지만 나타리야가 나타나자 그것은 더욱 강렬해졌다. 잔을 비우고 우리는 빈 술잔을 뒤로 집어 던졌다. 이것은 러시아 특유의 건배 풍습인데 19세기 귀족들이 즐겨 사용했던 방법이었다. 뒤로 떨어진 유리잔은 깨졌고 주위에 있던 종업원들이 치웠다. 그리고 종업원들은 새로운 잔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러시아산 보드카를 따라 마셨다. 내가 병을 잡자 나타리야가 술병을 빼앗아 잔에 부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잔을 나에게 내밀어서 그 잔에 술을 가득 부어주었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보드카는 마치 독약을 마시는 것 같이 독했다. 알코올 농도를 보니 75%였다. 나는 갑자기 치기가 솟구쳐서 큰 잔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리고 그 잔에 포도주를 따랐다. 거기에 조그만 유리잔에 있는 보드카를 넣어 그것을 휴지로 막아 흔들어 폭탄주를 만들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알렉세이비치가 물었다.

『새로운 술을 주조하는 것입니까?』

『술을 주조하냐고요? 그렇지요. 이것은 한국에서 애주가들이 즐겨 마시는 폭탄주라는 것입니다. 주로 맥주에 위스키를 섞어 만들지요. 한번 마시면 폭발적으로 취한다고 해서 폭탄주라고 합니다.』

『폭탄주라? 그거 재미있는 말입니다.』

『내가 먼저 마시겠습니다. 단번에 비워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에 만들어서 돌리겠습니다. 이 주도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여기 계신 분은 모두 마셔야 하고 한꺼번에, 단숨에 잔을 비워야 합니다.』

나는 75%의 보드카와 15%의 포도주가 섞인 술을 단숨에 마셨다. 그리고 빈 잔을 머리 위로 들고 흔들었다. 큰 술잔 안에 있는 작은 술잔이 땡그렁 소리를 내었다. 두 여자는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알렉세이비치는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었다. 나는 다음 잔을 만들어 옆에 있는 케나리아냐에게 주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잔을 받았지만 마시지 못하고 망설였다. 알렉세이비치가 거들었다.

『케나리아냐는 독한 술을 못 마십니다. 주로 포도주를 즐기지요.』

『아까도 말했지만 여기선 예외가 없습니다. 마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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