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우수연구센터 "10년">5회-대안없나

『정부의 지원이 종료됨과 동시에 그동안 축적해 온 연구역량이 붕괴되고 핵심인력이 대거 유출되는 등 사태가 심각합니다.』

지난해까지 우수연구센터장을 맡아 운영해온 서울대 H교수의 자괴감이 가득한 말이다.

대학 우수연구센터에 대한 정부 지원이 교수들의 전문성 강화는 물론이고 공동연구를 활성화시켜 대학의 연구역량을 두드러지게 향상시켰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에서 연구비를 장기간 지속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대학의 전문연구인력을 양성하고 집중화된 연구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킨 우수센터의 실적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교수들은 입을 모았다.

여유있는 연구비를 확보함으로써 각 센터는 학문간 교류를 통해 공동연구기반을 조성하고 진행함으로써 첨단과학 분야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토대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대학의 연구수준이 일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해외의 우수 대학들로부터 공동연구를 비롯한 각종 협력을 제의받은 대학 우수센터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우수센터의 각종 장점을 배가하고 기존의 아쉬운 부문을 개선해야 한다는 교수들의 주장을 들어볼 만하다.

『SRC의 경우 기초과학인 만큼 ERC와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H교수는 『ERC의 경우 기업들과의 각종 협력과제를 통해 연구비를 충분히 지원받고 있는 데 반해 SRC의 경우 기업과의 공동과제 수행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SRC의 경우 지원이 종료됨과 동시에 모든 것이 해체라는 H교수는 석·박사 학생들의 반응을 통해 실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센터가 운영되는 동안 학생들은 각종 연구에 참여하고 해외에 나가 자신의 논문을 발표하는 기회를 갖는 등 여러가지 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굳이 해외에 나가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었지만 센터에 대한 지원이 종료됨과 동시에 해외진출을 모색한다.

서울대의 다른 교수는 이런 상황을 보며 『우수한 학생들에게 좋은 연구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아쉽지만 학생들을 무조건 잡을 수만은 없다』며 『이들이 국내 연구환경을 너무도 잘 알고 떠나기 때문에 해외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올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기초과학 분야는 응용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을 대부분의 교수들이 인정하고 있었으나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연구는 기초과학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우수연구센터의 공과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교수들은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우수연구센터가 축적해온 연구역량을 확대 혹은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우수센터 지원이 종료됨과 동시에 역량을 평가하고 선별하는 과정을 거쳐 분야별 전문연구소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H교수는 『기초과학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어렵다』며 『국내 과학기술의 저변확대와 결집화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또다른 공통된 주장은 연구센터 지원 종료와 함께 해체되는 우수센터의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령모개식의 정책변화는 우수센터를 지원하는 정부의 좋은 정책의 본질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교수들은 입을 모았다.

<과학기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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