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위에 접혀진 헐렁한 면바지, 등산화 같은 랜드로버, 주황색 나염 티셔츠, 그리고 어깨까지 치렁치렁한 생머리. 200명 정도로 추산되는 여성 게이머 가운데 「지존」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는 베리(berry)의 모습이다. 올해 22세인 여성 프로게이머 이은경씨는 외견상 전형적인 신세대다.
『여성 게이머를 연예인처럼 외모로 판단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는 전문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는 직업입니다. 여성 게이머가 실력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자신이 여성 프로게이머로서 「넘버 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보다는 여성 프로게이머의 입지를 고민하는 대견함을 보인다.
『스타크래프트는 지난 98년 4월 처음 해봤습니다. 다른 사람과 네트워크를 통해 실력을 겨루어 볼 수 있는 배틀넷의 초기 화면이 너무 맘에 들었어요.』 여성 게이머 지존이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운명적으로 만난 것은 전북대 1학년 때였다. 그러다 99년 6월 다니던 학교까지 휴학하며 스타크래프트에 매달렸고 그 결과 배틀탑이 주관하는 여성부 경기에서 3위를 차지했다. 자신이 게임에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랐다고 한다. 이후 99년 9월 배틀탑 주관 여성부 결선에서 3위를 차지했고 연말 결선 대회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그녀는 올들어 배틀탑이 주관하는 KIGL 춘계리그에서 승률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4월부터 시작된 하계 리그에서도 6승 1패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여성 게이머들은 전투를 할 때 소극적인 전략을 짜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상대방의 허점이 보이면 결코 놓치지를 않습니다.』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한 것이 자신이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말 그대로 피눈물 나는 노력이 숨겨져 있다. 한글과컴퓨터의 예카 팀에 소속돼 있는 베리는 하루에 5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노력파다. 매주 토요일 경기가 있기 때문에 수요일 이후에는 밤을 꼬박 새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 자신이 프로게이머라는 사실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에서 스타크래프트를 가장 잘하는 게이머가 될 것입니다. 나중에는 TV 게임해설가나 게임디렉터가 되고 싶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전략을 소개하는 책도 쓰고 싶어요.』 여성적인 부드러움과 열정, 그리고 현실적인 계산에도 밝은 당찬 신세대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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