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CEO (5)

마이크로소프트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스티브 발머 사장(43)의 별명은 패튼 장군이다. 2차대전 당시 불도저와 같은 전술로 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패튼 장군을 연상시키는 추진력 강한 경영자라는 의미다.

 빌 게이츠가 MS의 얼굴이라면 발머는 막후의 전략가(The Behind-The-Scenes Tactician)라고 부를 만하다. 발머는 지난해 7월 MS 사장에 오른 후 소프트웨어 제국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게이츠가 MS의 21세기 비전을 만들어내는 일에 집중한다면 발머는 안살림을 책임지는 셈이다.

 그는 조직의 리스트럭처링과 치밀한 영업전략, 그리고 공격적인 경영으로 MS를 지휘하고 있다.

 리눅스를 비롯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거센 도전, 인터넷이 몰고온 시장의 급격한 변화, 그리고 미 법무부와의 힘겨운 줄다리기를 겪어낸 후 21세기 새로운 밀레니엄에도 MS가 독점적인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그의 어깨에 달려 있는 셈이다.

 발머가 MS에 입사한 것은 지난 80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다니고 있던 그는 하버드대학 시절 룸메이트였던 빌 게이츠의 권유로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에 뛰어들게 됐다.

 74년 캠퍼스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우정은 각별하다. 동시상영 극장에서 유명한 컬트무비 「시계태엽 오렌지(Clockwork Orange)」와 「비는 사랑을 타고(Singin’ in the Rain)」를 함께 본 것이 인연이었다. 하버드 시절 풋볼팀 선수였던 발머는 캠퍼스의 「빅맨」으로 통했다. 문학잡지 편집장에 교내신문 기자, 만능 스포츠맨, 영화광이었던 발머는 친구들 사이의 스타였다.

 게이츠 회장이 모든 비밀을 털어놓을 정도로 가까운 친구 사이인 발머 사장은 천부적인 경영감각으로 지난 19년간 판매와 영업을 담당했다. 그는 80년대 초 게이츠 회장에게 시애틀 컴퓨터 프로덕츠사로부터 MS도스의 전신인 디지털 운용체계를 사들이도록 설득했으며, 지난 95년에는 윈도 운용체계에 주력했던 MS의 경영전략을 인터넷 중심으로 재편하도록 충고했다.

 유명 컨설팅회사인 기가인포메이션그룹의 분석가 롭 엔덜리는 스티브 발머가 MS를 위한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발머는 마케팅 머신을 움직이는 최고의 두뇌라는 평을 받고 있다.

 발머는 게이츠와 평생동지인 반면 같은 하버드 동창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스콧 맥닐리와는 친구면서도 틈만 나면 서로 물고 뜯는 사이다. 발머의 아버지는 포드사 간부, 맥닐리는 부친이 크라이슬러 중역이라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

 그는 컴덱스 쇼에서 맥닐리를 대놓고 망신주는 광고테이프로 관람객들을 즐겁게 했다. 비디오에서 발머는 게이츠와 차를 몰고 가다가 버려진 선(SUN) 컴퓨터를 주워 뒷좌석에 싣는다. 차가 다시 출발하자 어디선가 썩은 음식처럼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끝장면에는 길가 쓰레기통에 던져진 선 컴퓨터가 클로즈업된다. 이 테이프는 맥닐리가 「발머는 머저리」라고 부른 직후에 공개된 것이라 더욱 웃음을 자아냈다.

 발머는 190억달러의 재산으로 99년 올해의 갑부 리스트에 빌 게이츠, 워렌 버펫, 폴 앨런에 이어 4위에 올라 있다.

 MS 홍보실에 근무했던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시애틀 근교에 살고 있는 그의 사생활은 그다지 언론에 노출되지 않고 있다. MS 사장으로서는 추진력이 강한 인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딜 가나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며 음료수로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고 조깅과 농구를 즐기는 모범적인 시민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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