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및 주변기기 수출이 급신장세를 보이면서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의 수출 주도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수출 주도품목으로 각광을 받아오던 반도체 부문이 세계적인 컴퓨터 경기침체로 지난해에 비해 6% 가량의 수출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PC를 비롯,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CD롬드라이브·프린터 등 PC 및 주변기기는 올해 40% 가량 신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정부와 관련업계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 한해 PC와 주변기기 수출액은 약 44억 달러로 1백35억 달러로 추정되는 반도체 수출액의 3분의1 수준까지 육박했으며 특히 내년에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의 수출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PC 및 주변기기 분야에서 이처럼 높은 수출실적을 달성하게 된 것은 올 들어 국내 시장이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에 따른 장기적인 경기침체, 환율인상 등의 악재요인이 겹치면서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자 주요 PC관련 업체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한다는 방침 아래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구사한 때문이다.
올 들어 주요 PC 및 주변기기업체들은 각 영업팀을 수출 중심으로 재편하고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대형 공급업체 및 해외 양판점을 대상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및 자가브랜드 방식의 제품공급을 늘려왔으며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신제품의 수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PC 및 주변기기업계가 이같은 여세를 몰아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미국 등 북미지역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수출시장을 다원화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도 미국 한 곳에만 50.3% 가량이 집중 수출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몇몇 제조업체들이 최근 중국·일본 등 아시아 및 유럽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이와 함께 해외시장 개척시에도 민수시장 위주에서 벗어나 관수시장을 공략하는 필요성이 있다. 국내 PC제조업체들 대부분이 지난 10년간 해외 민수시장만을 공략대상으로 정함으로써 물량확대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관수시장의 경우 민수시장과는 별도의 새로운 시장으로 물량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공급실적이 곧 제품신뢰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캐나다 등 주요 국가에서는 정부기관을 비롯해 군·공공기관들이 대대적인 PC교체를 시도하면서 수요물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자가브랜드는 물론 OEM방식의 수출에도 주력해야 할 것이다. 국내 제조업체들이 그동안 주력해온 자가브랜드 수출방식은 회사 및 제품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고 판매마진이 높다는 등의 이점이 있지만 수출물량의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해외 각국의 소비자 위주 정책방향에 따라 AS 및 반품처리에 큰 비용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OEM방식의 경우 수출물량 규모가 대량으로 이루어지는데다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 및 적용이 요구된다. 국내 PC 및 주변기기 제조업체들은 세계시장에서 주요업체에 비해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채택한 제품개발이 최우선 과제다.
마지막으로 PC제조업체와 별도로 PC산업 기반을 지탱해줄 중소 PC 부품 및 주변기기 제조업체들의 육성이 필수적이다. 특히 세계 PC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대만의 경우 PC 부품 및 주변기기 제조업체들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PC의 기술개발 및 제품 가격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가산전자·두인전자 등 그동안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성공적인 벤처업체로 평가받았던 대표적인 PC 부품 및 주변기기업체들마저 부도로 쓰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정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잘 파악해 모처럼 되살아나는 PC 및 주변기기 수출 분위기가 이어짐으로써 국내 PC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여건마련에 재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는 내년에도 「국내 경기 거품현상의 주요인」으로 지적되던 반도체산업에만 기대야 하는 전철을 되풀이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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