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보건의료행정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보건의료행정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특히 정보통신부의 강력한 지원책에 힘입어 조기에 실현될 것으로 예상됐던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의 의료보험수가 적용문제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지연될 조짐을 보이자 가뜩이나 불만이던 보건의료행정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의료원이 국내 최초로 PACS를 설치한 지난 94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던 PACS에 대한 의료보험수가 적용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오른 것은 PACS를 개발한 메디페이스사의 최형식 사장이 얼마 전 정통부와 본사가 공동주관으로 시상하고 있는 신소프트웨어 대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대상을 수상한 최 사장이 정통부 배순훈 장관과 면담하면서 PACS를 의료보험수가 대상에 포함시키면 의료의 질 향상은 물론 PACS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건의하면서 불을 붙였다.
미래형 산업(Coming Business) 육성에 나선 정통부의 강력한 요청과 PACS를 의료보험수가 적용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업계 및 학계의 건의가 잇따르자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지난 8월 의료보험연합회·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 등에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도록 이에 대한 회신을 보내온 기관은 없다.
특히 의료보험재정을 집행하는 의료보험연합회의 경우 대한PACS학회·대한방사선의학회 등 학회는 물론 PACS를 구축한 의료기관과 관련업체로부터 국내 PACS산업 현황, 시스템 활용시 임상적 유용성, 시스템 개발을 위한 노력 여부 등 각종 자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복지부에 이에 대한 회신을 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의보련의 회신이 늦어지자 일부 업계 및 학회 관계자들은 의료보험수가 적용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의보련이 PACS가 임상진단에 유용하며 의료보험수가 적용대상에 포함될 경우 PACS산업 육성은 물론 진료의 질과 의료서비스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자신들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묵살하는 게 아니냐고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의보련 관계자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며 현재 진료비 심사위원회에서 PACS의 의료보험수가 적용문제를 신중히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또 복지부 보험관리과도 의보련·의사협회·병원협회의 의견이 접수되면 본격적으로 PACS에 대한 의료보험수가 적용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PACS 투자를 보는 시각이 다르고 특히 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PACS가 의료보험수가에 포함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한PACS학회·대한방사선학회 및 업계의 시각은 보사당국과 확연히 다르다. PACS를 의료보험수가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필름수입비가 절감돼 병원경영이 개선될 뿐 아니라 현상액·정착액·현상장비·레이저카메라 등 의료장비 및 소모품의 수입대체 효과가 커 의료기기 부문 무역역조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불합리한 제도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의 근시안적인 발상이 자칫하면 유망 산업의 하나를 고사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올해부터 PACS산업이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아래 각종 솔루션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던 업체들의 심각한 경영난이 이를 반증하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이래가지고서는 PACS의 수출산업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아무리 그럴 듯한 솔루션을 개발해도 해외시장 진출은 고사하고 내수시장에서도 발붙이기가 어렵다.
보건행정이 국민의 신뢰를 받으려면 행정편의적인 탁상공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의 경우 식품의약청(FDA)이 PACS를 진료비의 일부로 인정하고 일본도 이르면 내년부터 PACS를 의료보험수가에 적용키로 하는 등 선진 각국이 정책의 근간을 국민복지에 두고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것은 우리의 보건행정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건행정개혁은 전적으로 복지부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 지금부터라도 보건당국이 진료의 질과 의료서비스를 향상시킬 뿐 아니라 관련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획기적인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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