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기국회 정상화에 바란다

 지난 한달 동안 공전을 거듭해온 정기국회가 여야간의 합의에 의해 13일부터 정상화할 전망이다. 이번 정기국회가 여야간의 첨예한 대립 속에 그동안 개점휴업 상태의 파행국면을 지속해왔는데도 정부와 여당이 부처별 당정회의를 잇달아 열고 관계부처가 제출한 여러 법률안의 국회 처리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은 것은 이들 법안 처리의 시급성이나 당위성에 비추어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난 8일 열린 정보통신 당정회의에서는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정보화촉진기본법·전파법·전자서명법 등 정보통신부가 입법예고한 9개 법률안의 개·제정안을 특별한 이견없이 모두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키로 확정한 것은 당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새해 예산안 심의를 비롯해 산업자원부가 제출한 27개 법률안 등 정부부처가 제출해 놓고 있는 법률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다 이들 법률안이 통과된다 해도 한달이나 늦게 열리는 이번 정기국회 일정에 비추어 시행령·시행규칙·운용지침의 제·개정 등 통상적으로 필요한 후속작업 일정 역시 빡빡할 수밖에 없어 법안의 부실처리와 함께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법률안 중에는 법안 마련 과정에서부터 정·산·학·연 등 관계자들간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미묘한 법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데다 회기중에 국정감사와 함께 청문회 개최 등 정치적인 문제까지 제기될 전망이어서 국회가 개원하더라도 정상적인 법률안 심의가 어렵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산자부가 당정회의를 거쳐 확정해 놓고 있는 법률안 중에는 전자상거래(EC) 분야의 모태법으로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전자거래기본법을 필두로 전기용품 형식승인을 대체할 안전인증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산업기술시험평가원 설립근거가 될 공업 및 에너지조성에 관한 법률, 산업단지 입주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공업배치법, 한전이 독점해온 전력판매를 민간에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등 전략적인 법률안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학기술부·정통부·산자부 등 정부부처 산하 정부출연연구소를 총리실로 교통정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출연연구기관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나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로 격상키로 하는 내용의 원자력법 개정안 등도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방송계의 숙원이자 위성방송의 법적 근거, 대기업 및 언론사 위성방송 참여 등 핵심 쟁점사항을 담은 통합방송법 제정은 최대의 관심사항이며 음반·영상물의 사전심의 폐지, 완전등급제 실시 등을 골자로 한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음비법) 개정안도 이번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회가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처리해야 할 사항들은 이밖에도 많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이 공정거래법의 개정문제다. 전자업계가 최근 구조조정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종업원에 의한 사업분할제, 이른바 분사(分社)작업이 사실상 중단되고 있는 것은 공정거래법의 기업집단 관계규정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퇴직종업원의 지분합계액이 총 출자금의 30% 이상일 경우 일정기간 기업집단에서 제외해 주는 등의 긍정적인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최근의 실업난 대책으로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외국인투자촉진법 시행령 개정안도 업종에 관계없이 일률적인 지원조치를 강구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컴퓨터나 소프트웨어 업종과 같은 첨단 업종의 경우 그 특수성에 비추어 비록 투자규모가 1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각종 혜택을 주는 방안이 반영돼야 할 것이다. 또 정보화촉진기본법 개정안 중에는 초고속망사업자를 비롯한 기간통신사업자·중계유선사업자들이 한전의 송배전 시설을 임차하는 방식으로 공동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포함돼 있는데 이 역시 초고속망 투자비의 절감과 공기의 단축 등 많은 효과가 기대되고 있는 만큼 송배전시설의 안전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원만한 타결이 있어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될 법안들은 대부분 정부의 정책방향 구현과 IMF 경제위기 극복 및 기업의 구조조정, 특히 21세기 정보시대의 조기실현 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따라서 전자·정보통신산업의 발전에 미치는 파장도 엄청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전자·정보통신 분야의 관련 법률안에 대한 좀더 심도있는 논의와 원만한 처리에 최대한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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