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6일은 '세계 리필의 날'이다. 리필에 대한 전 세계 소비자들의 인식은 과거에 비해 많이 변화했다. 칸타의 지속가능성 지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소비자의 84%가 더 지속가능한 소비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리필 제품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소비자가 42%, 매장에서 찾지 못했다는 응답이 43%에 달했다. 지속가능성의 가치에는 깊이 공감하지만, 일상에서 실천으로 이어지기까지 장벽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 인식과 행동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오늘날 브랜드와 유통 채널이 함께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다.
그동안 지속가능한 소비는 흔히 '불편함을 감수하는 착한 선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리필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로 '비용 절감'을 꼽은 응답자가 87%로, '환경 보호'(68%)를 크게 앞선다. 이는 지속가능한 선택이 일상의 습관으로 정착하려면 매력적인 이점과 긍정적인 경험이 전제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럭셔리 뷰티에서 패키지는 단순한 포장재가 아니다. 브랜드의 미적 정체성이 담긴 향수 보틀과 같은 용기는 다 쓰고 나서도 버리지 않고 소장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오브제이기에, 내용물만 채워 다시 쓸 수 있다면 리필은 자연스러운 소비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철학을 담아 로레알은 전 세계 고객들과 함께하는 '리필 무브먼트에 동참하세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리필이야말로 감각적이고 앞서나가는 뷰티 습관임을 제안하는 것이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스킨케어, 메이크업, 헤어케어, 향수 등 전 카테고리에 걸쳐 18개 브랜드, 28개 제품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리필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실제로 로레알은 2019년부터 2025년 사이 리필 가능한 제품 수를 3.7배 늘리며 패키징의 순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개별 제품의 환경 성과도 구체적이다. 랑콤 '제니피끄 얼티미트' 리필은 본품 대비 유리 100%, 금속 36%, 플라스틱 15%, 종이 20%를 절감했다. 키엘 울트라 훼이셜 크림은 리필 파우치로 50㎖ 용기를 3회 리필하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94% 줄일 수 있다. 이는 소비자가 리필을 선택하는 순간 즉시 실현되는 절감 효과다. 이처럼 리필을 매력적인 선택지로 포지셔닝한 결과 2025년 기준 전 세계 리필 매출은 전년 대비 34% 성장했다.
한국에서도 이 흐름을 실질적인 소비 경험으로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쿠팡 알럭스, 네이버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힌 결과, 프로모션 기간 중 랑콤과 키엘의 리필 제품 매출이 전월 대비 900~100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리필 제품이 환경적 가치와 합리적 가격이라는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장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다. 올해 역시 주요 이커머스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업하여 다양한 프로모션 캠페인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리필은 로레알 그룹의 지속가능한 패키징 전략 중 하나로, 그룹은 이를 비롯해 포장재의 자원 순환성 제고를 위한 다각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로레알' 이니셔티브 아래 2025년 기준 버진 플라스틱 사용량을 2019년 대비 37% 감축했으며, 패키징의 재활용·바이오 기반 소재 비중은 44%에 도달했다. 아울러 1억유로 규모의 '리셀러레이터' 프로그램으로 해조류 기반 포장재, 사탕수수 유래 바이오플라스틱, 재활용 종이 병 등 차세대 포장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과도 협업하고 있다.
지속가능성과 비즈니스 성과는 더 이상 별개의 개념이 아니다. 오늘날 소비자는 브랜드의 환경적 진정성을 점점 더 예민하게 감지한다. 그리고 그 진정성은 선언이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브랜드 경험, 접근성, 그리고 나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리필 사용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지 여부에서 드러난다.
지속가능한 선택이 매력적인 경험이 될 때, 비로소 그것은 일부의 실천을 넘어 산업 전반의 새로운 기준이 된다. 세계 리필의 날은 그 가능성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리는 날이다. 우리가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경쟁력과 시장 선점 능력, 그리고 장기적인 성장의 속도가 달라질 것이다.
소지혜 로레알코리아 지속가능성부문장 jihye.so@lorea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