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윈도98" 가격 내려야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법무부로부터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제소된 상태에서 최근 윈도98 운용체계(OS)를 판매하기 시작한 지 한달 가까이 된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윈도98에서 특별히 개선된 성능을 찾아보기 힘들고 가격만 올랐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어 윈도98 특수를 기대했던 많은 업체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윈도98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가격이다. 이미 윈도95에서 해결했어야 할 수백개의 버그를 제거하고 또 윈도95에서 당연히 제공됐어야 할 서비스를 첨가한 것만으로 업그레이드 비용 1백 달러, 풀버전 1백80달러는 너무 과하다는 불만이다. 즉 「윈도95.1」을 1백80달러를 주고 사는 꼴이라는 것이다.

윈도는 지난 10년 넘게 가격이 내려간 적이 없다. 같은 시기에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들이 5분의 1 내지는 10분의 1까지 가격을 인하했던 점과 비교하면 이는 독점으로 인한 폐해로밖에 볼 수 없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비즈니스 위크」지는 『MS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전형적인 독점가격의 혜택을 만끽하고 있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월스트리트 저널」은 『기술, 비즈니스 전 부문에서 가격인하가 단행됐으나 단 하나 예외가 있다. 그것은 MS의 OS 가격이다』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윈도 판매에 따른 총마진은 무려 92%, 운영마진도 50%를 넘고 있다. 저널은 대부분의 하드웨어업체들의 마진율이 5%대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이것은 독점의 폐해요, 소비자를 착취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MS 측의 답변은 간단명료하다. 「그만큼 성능이 더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윈도98은 이같은 MS의 주장을 무색케 만들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디스크 드라이버의 내용을 브라우저 형태로 볼 수 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개선사항은 보이지 않으며 이것 또한 사용하지 않을 경우는 거추장스러울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윈도가 지난 85년 처음 선을 보였을 때보다 강력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PC 하드웨어 역시 엄청나게 강력해졌으나 가격은 85년보다 3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성능이 높아지고 가격은 떨어지는 일은 컴퓨터업계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오직 윈도만이 예외였다. 결국 소비자들만이 그 부담을 떠안았으며 이를 배경으로 빌 게이츠 회장은 총재산 5백10억 달러, 약 76조원의 재산을 거머쥐고 4년 연속 세계 최고의 갑부 자리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최근 5천5백명의 정보기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 여론조사에서 윈도98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응답은 불과 2.2%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특별히 업그레이드해야만 할 기술적인 향상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증거다. 나아가 델컴퓨터, 컴팩컴퓨터 등 미국의 주요 PC업체들은 윈도98 설치시 일부 제품에서 기존 자원과의 충돌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될 때까지 윈도98로의 업그레이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장기침체 국면에 빠져 고전을 면치 못한 국내 유통업계는 윈도98 특수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 만일 윈도98이 가격과 성능 면에서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같은 국내 유통업계의 기대도 물거품에 그칠 것으로 우려된다. MS는 8월 초 한글윈도가 출시되기 앞서 윈도98의 가격정책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지금 이대로 가다간 윈도는 물론 전반적인 소프트웨어의 기술혁신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가격인하는 물론 대량구매시의 할인혜택의 폭을 넓히고 그 제한도 대폭 축소해야 하며 구매계층에 따라 차별화한 가격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컴퓨터 업계의 맏형으로 지금 당장 MS가 할 일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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