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구기관 개혁과 새 위상 정립

대덕연구단지가 단지조성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경영혁신과 관련,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해 이달중에 입법예고하고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하니 내년부터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운영형태가 크게 변화되고 일부 기관은 민영화되는 등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주요 국책사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부적절한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 조정하는 한편 이달중에 몇몇 연구소장을 공모에 의해 선임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할 계획으로 있어 그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대덕연구단지에 입주해 있는 민간연구소들도 IMF사태 이후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연구인력을 지난해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이면서 연구시설의 매각 또는 통폐합, 해외 연구소의 폐쇄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어 대덕연구단지가 크게 술렁이면서 연구분위기가 급랭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의 경우 지난 5월 말 현재 3백30여명의 인력이 이미 연구소를 떠났고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는 게 현지 전망이고 보면 이러다간 대덕연구단지가 기술공황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초래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나 민간연구기관 등 과학기술관련 연구기관은 아무리 어려운 사태가 예견된다 해도 환골탈태의 정신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대내외 여건과 환경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모든 것을 새 출발하는 자세로 극복해야만 한다. 이것은 IMF시대의 생존전략이자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연구원에 따라선 세계적 수준의 휼륭한 업적과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과 경제사회 개발에 많은 공헌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동안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연구기관들의 예산규모나 인력 및 조직관리 등 전반적인 운영상황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18개 정부부처 산하에 있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총 59개에 달하며 이들 연구기관의 연간 예산규모가 정부출연금 지원예산규모 1조1천4백억원을 비롯해 총 2조3천5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수가 이처럼 많고 예산규모도 엄청나게 늘어난 것은 그동안 정부주도하의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하면서 범국가적 연구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출연 연구기관을 설립,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또 이들 연구기관의 연구영역이나 기능이 민간연구소와 중복, 경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여기에 안이한 연구자세와 조직, 인력관리의 비효율성 등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IMF시대가 요구하는 국가 경제, 사회 전반적인 개혁의 당위성을 떠나서도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할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얼마 전 대덕연구단지관리소가 대덕연구단지에 입주해 있는 정부출연 연구기관 및 민간연구기관 등 총 36개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적재산권 보유 현황에서도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경우 설립된 지 20년이 됐는데도 특허출원 건수가 직원당 0.9건, 박사급 연구원당 3.38건으로 민간연구기관의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단 한 건의 특허출원 실적이 없는 연구기관도 있다는 것은 곧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사례로 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연구원의 연구활동 위축을 최대한 단축시켜 신바람나는 연구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지만 이번 구조조정을 계기로 연구기관들도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연구기관들은 그동안 중간진입전략,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PBS), 연구원 연봉제, 연구기관장 공모제, 연구기관 통폐합, 구조조정 등 장관이 경질될 때마다 제시된 여러가지 대책 등으로 사실상 최근 몇 년 동안 혼란을 거듭해 왔다는 것을 감안할 때 연구기관의 연구활동 위축을 최대한 단축하고 나아가 연구기관들이 새로운 위상을 정립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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