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게 말해 지난해 PC사업은 시장 판단에서 기획 수립까지 모든 과정이 실패였다. 깊이 반성하고 재건을 위해 노력 중에 있다』
도시바의 니시무로 다이조 사장은 최근 PC사업의 「실패」를 이처럼 솔직하게 인정했다.
96년 도시바 연결 이익의 40%에 해당하는 약 9백억엔을 기록했던 PC 부문 수익이 지난해에는 수십억엔의 적자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지난해 4월만해도 자사의 세계 PC출하규모가 대수면에서 4백만대,금액면에서 1조1천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낙관했었다. 그러나 7월들어 이 수치를 3백70만대, 1조엔으로 변경하더니 10월 하순 중간 결산 발표 때는 3백15만대, 7천4백엔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도시바의 하향 조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 1월 하순에는 또 3백만대, 7천억엔까지 내려갔다.
하향조정을 3차례에 걸쳐 실시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당초 예상보다 대수에서 1백만대, 금액면에서 4백억엔의 차이가 나는 것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느낄 수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PC 사업의 급작스런 부진은 도시바 전체의 경영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중간 결산 발표 당시 도시바는 97 회계연도 연결 최종 이익을 당초 예상 7백50억엔에서 6백억엔으로 하향 조정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중간 결산 당시 6백억엔의 6분의 1 수준인 1백억엔으로 줄고 말았다.
그렇다면 도시바의 PC사업은 어디서부터 뒤틀리기 시작한 것일까. 도시바측은 자사 최대 시장인 미국시장에서의 전략 실패를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판매가 절정에 달한 시점에서의 안일한 판단 착오가 결국 엄청난 결과를 낳고 말았다는 것이다.
도시바의 비운은 96년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96 회계연도에 전년대비 88% 증가한 3백70만대 PC를 전세계에 출하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당시 도시바의 노트북 PC는 만들면 만드는 대로 팔려나갔다. 특히 미국 노트북 PC시장에서는 2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2위와 10%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여기에 자신을 얻은 도시바는 가정용 데스크톱 PC시장 진출을 계획하기에 이르렀는데, 이 계획은 결과적으로 도시바 PC 사업의 운명을 바꿔놓고 말았다.
도시바는 가정용 데스크톱 PC 사업 제1탄으로 96년 9월 회심작인 「인피니어」를 시판했다. 인피니어는 인텔의 최첨단 마이크로프로세서(MPU)인 펜티엄을 탑재하고 기존 PC 기능에 TV, 라디오, 전화 기능을 추가했으며 또한 당시 뜨고 있던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에도 대응해 크게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판매 결과는 매우 참혹했다. 당초 도시바는 이 제품이 반년동안 약 27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절반에도 이르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당시 미국 소비자들이 원하던 것은 고성능 PC가 아니었던 것이다. 다음해 2월 컴팩 컴퓨터가 1천달러 PC를 시판, 호조를 보이면서 이런 사실은 더욱 명확해 졌다. 컴팩에 이어 많은 업체들이 7백-1천달러대 PC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저가 PC시장은 지난해 연말 미국 전체 PC시장에서 30%가 넘는 비율로 확대됐다. 급격한 저가화 추세에 직면한 도시바의 다기능 PC는 급격하게 경쟁력을 상실했고, 결국 판매를 중단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정용 데스크톱 PC 사업의 실패는 도시바 PC사업 전체로 파급됐다. 저가 데스크톱 PC에서 힘을 얻은 컴팩이 노트북 PC 시장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인 반면 도시바는 가정용 데스크톱 PC에 경영 자원이 집중되면서 노트북 PC 박형화, 저가화 시기를 놓쳐 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여기에 소니와 미쓰비시전기의 공세도 거세졌다.
그 결과 도시바의 미국 노트북 PC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4분기 24.4%에서 4.4분기에는 16%로 급락했고, 데이터퀘스트 자료에 따르면 이 시장 2위인 컴팩과의 격차도 1.4분기 20만2천7백대에서 4.4분기 4만2천대로 급속히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노트북 PC로 PC사업의 발판을 다졌던 도시바는 재도약의 실마리도 노트북 PC에서 찾기 시작했다. 니시무로사장은 『데스크톱 PC로의 외도로 노트북 PC 새 제품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제품을 투입하지 못한 것이 최대 실수』라며 현재 도쿄도 오우메공장을 중심으로 생산 대개혁에 착수한 상태이다. 도시바가 노트북 PC 재건에 성공한다면 도시바의 PC 사업은 아직도 성장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쟁업체들의 노트북 PC 개발 속도가 이미 도시바에 근접해 있어 도시바의 독주는 이제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특히 결정적인 걸림돌은 인텔이 데스크톱 PC에 이어 지난해부터는 노트북 PC용 회로기판의 공급도 본격화했다는 점이다.
도시바는 지난 95년 인텔의 최첨단 MPU(당시 펜티엄)를 노트북 PC에 채용하는데 가장 먼저 성공했다. 당시 경쟁업체들은 회로기판의 발열 문제에 걸려 도시바에 비해 1-2년 늦게 겨우 상품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텔이 노트북 PC용 회로기판을 공급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수년전부터 인텔과 도시바는 노트북 PC용 회로기판과 관련해 기술 제휴해 왔다. 따라서 경쟁업체들은 도시바와 같은 수준의 회로기판을 모두 인텔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원 주변과 소형화 설계 등 회로기판 이외의 부분에서 도시바가 경쟁업체에 비해 다소 앞서고는 있으나 95년 당시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그 차이가 축소됐다.
이같은 현재 여러 가지 정황을 놓고 볼 때 도시바가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수준으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시바는 최근 1년간의 실패를 거울 삼아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재도약을 다지고 있어 향후 이 기업의 행보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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