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PC주문생산방식 도입 활발

고객의 주문에 맞춰 PC를 제조하는 주문생산 방식이 일본 PC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NEC, 후지쯔에 이어 도시바, 일본IBM 등도 잇따라 이 방식의 도입을 결정하는가 하면 오쓰카상회와 소프트뱅크 등 유통업체들까지도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또 일찍이 이 분야에 진출한 델컴퓨터와 일본게이트웨이2000은 신규 참여업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서비스를 확충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문생산PC」라는 단어는 델컴퓨터, 일본게이트웨이 2000 등 직판업체들의 제품과 등식을 이뤄왔다. 기존 주문생산PC 제품에는 매뉴얼 및 애플리케이션이 거의 첨부돼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상 고객도 주로 PC에 매우 능숙한 사용자들로 한정돼 있었다. 예외라면 거대 기업이 수백대 규모의 대형 상담을 의뢰할 경우에만 특별히 대응하는 정도였다.

이같은 주로 매니어 중심의 주문생산PC를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확대한 것은 일본 게이트웨이2000이다. 이 회사는 지난 1월부터 전화 자동 응답기 지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4월부터는 웹사이트 예약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자사 담당자가 서포트 전화를 걸어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또 주문생산PC 시장 확대에 기여해온 델컴퓨터도 대상 고객의 범위를 넓히지는 않고 있으나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자사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주문한 PC가 언제 소비자의 손에 도착할 것인지를 웹사이트로 정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들 2개 외국계 PC업체들은 일본시장에 주문 생산 방식을 도입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이에 자극받은 일본 주요 PC업체들도 이 방식 채택을 잇따라 발표했는데, 지난해 6월 소니가 PC생산방식을 기존의 계획생산에서 주문생산으로 전환한다고 공식 표명한데 이어 NEC, 후지쯔, 도시바 등도 뒤를 이었다.

특히 일본 최대 PC업체인 NEC는 세계 표준 사양의 PC인 「PC98-NX」 가운데 약 20-30%에 해당하는 업무용 데스크톱 PC에 주문생산방식을 채용한데 이어 최근에는 전면 채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EC의 주문생산은 대리점을 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NEC는 PC관련 국내 매출 약 7천5백억엔 가운데 5-6%에 상당하는 재고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위인 후지쯔도 대리점 경유의 주문 생산 방식을 오는 8월까지 자사 업무용 PC 전제품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후지쯔는 지난 95년 이후 단계적으로 주문생산방식의 개념을 도입해 지난해 가을 업무용 데스크톱 PC 일부 제품 생산에 메모리와 하드 용량을 구분하고 납기도 5일 이내로 줄이는 주문생산방식을 채용해 왔다. 후지쯔는 이 방식의 채용 대상을 노트북 PC를 포함한 업무용 PC 전제품으로 확대할 방침으로 오는 8월 이 작업이 끝나면 후지쯔의 국내 PC 출하 가운데 절반 이상이 주문생산방식으로 전환된다.

또 도시바는 외부에 위탁해 생산하고 있는 일부 기종을 제외한 자사 생산 노트북 PC 제품에 대해 내년부터 본격 주문 생산을 시작할 방침이다. 도시바는 현재 노트북 PC 일부 제품에 주문 생산 방식의 개념을 도입해 놓고 있다.

제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는 PC양판점도 주문 생산 P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거대 PC 양판점인 T-ZONE을 운영하고 있는 아도전자공업은 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지난 2월부터 수주후 24시간 이내에 PC를 조립해 출하하는 신속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도전자측은 신속 서비스는 제품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어 주문생산 특유의 문제점인 주문후 제품을 확인할 때까지의 불안감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주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유통업체들의 참여도 매우 활발하다. 유통업체들의 장점은 사양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으로, 오쓰카상회와 소프트뱅크는 특정업체에 얽매이지 않는 대리점 고유의 강점을 살려 다양한 제품 조합 메뉴를 마련해 놓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이들 유통업체들의 주문 생산 PC 사업 참여는 이 방식의 확대가 가져온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PC 생산 업체들이 주문 생산 또는 직판 사업에 힘쓸 경우 당연히 대리점을 축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향은 양판점으로도 이어질 것이 분명한데 T-ZONE 관계자는 『이제 곧 생산 업체가 판매 대리점을 버리고 양판점을 외면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일본PC시장에서 주문생산 PC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들은 성격별로 크게 4개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개인, 기업을 불문하고 전화 및 웹사이트로 직접 PC를 수주해 생산, 판매하는 업체들을 들 수 있는데, 엡슨 다이렉트, 소텍, 델컴퓨터, 일본게이트웨이2000, 마이크론 일렉트로닉스 재팬이 여기에 해당한다. 2번째 부류는 기업과 대리점(양판점)을 상대하는 업체들로 NEC, 컴팩컴퓨터, 도시바, 일본IBM, 후지쯔를 들 수 있다. 3번째로 분류되는 것은 한 기종에 구속받지 않고 모든 종류의 제품을 취급하면서 주로 기업을 상대하는 부류로 유통업체인 오쓰카상회와 소프트뱅크가 여기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는 PC에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매니어를 주 고객으로 하는 업체로 아토전자공업이 대표적이다.

최근의 일본 PC시장 주문생산방식 도입 확대는 소비자들의 강한 가격 인하 요청과 무관하지 않다. 시장 논리상 PC 생산업체들은 결코 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PC 저가화에 강한 집념을 보였고, 그 과정에서 제품 재고를 안지 않아 유통 단가를 절감할 수 있는 주문생산 방식에 강한 매력을 느낀 것이다.

제품 구입 방식이 어떻게 변하던 최종 소비자로서는 필요한 물건을 싼 값에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고, 생산업체도 주문 생산으로 유통비 절감은 물론 이를 통한 가격 인하와 수요 확대를 꾀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생산업체들의 이 방식 채용은 앞으로 한층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입지 축소를 우려한 유통업체들도 현재보다 더욱 치열하게 독자적인 주문 생산 PC 사업을 벌여나갈 것으로 예상돼 주문 생산 방식은 곧 일본 전통의 대리점 방식을 제치고 일본 PC 사업 방식의 주요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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