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DVD포럼 집행위 가입 의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20세기 마지막 산업규격 전쟁」이라 일컬어지는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규격에 대해 전권을 행사하고 있는 DVD포럼 집행위원회(DVD Steering Committee)의 정식 회원으로 가입, 세계 DVD산업을 이끌어 갈 선두업체로서 지위를 확보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DVD포럼 집행위원회는 최근 신규로 회원가입을 신청한 12개사 가운데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일본의 NEC와 샤프, 미국의 IBM과 인텔, 대만의 공업단체인 ITRI 등 7개사를 신규 회원사로 최종 선정했다 한다. DVD포럼 집행위의 이번 신규 회원사 선정이 신청기업의 DVD규격 및 기술발전 공헌도와 역량을 평가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업체들의 DVD기술력이 이제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올라섰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리코와 산요, 미국의 C큐브 등 DVD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을 제치고 선정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

DVD포럼 집행위는 DVD관련 규격제정은 물론 개선, 발전시키는 모든 과정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따라서 이제 우리 업체들은 DVD관련 새로운 규격 및 기술흐름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등 세계 DVD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게 됨은 물론 관련 정보까지 사전에 입수, 제품을 만들어 공급함으로써 세계적 DVD업체간 전략적 제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한 첨단 분야는 산업계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는 그룹에 참여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디지털위성방송수신기, DVD, 디지털TV 등 차세대 디지털 미디어에서 동영상을 고밀도로 압축, 복원하는 데 필수적인 MPEG2 기술로 외국 업체로부터 특허료를 징수할 수 있었던 것도 세계 MPEG2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는 MPEG LA라는 그룹에 삼성이 가입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것이다. 세계 주요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이 자사제품을 국제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은 우수한 기술을 개발, 독자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는가 하면 어제의 경쟁업체와 손잡는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고 있다.

우리 업체들이 이번에 DVD포럼 집행위 회원사로 가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간 DVD포럼 산하 워킹그룹에 가입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다수의 신제품을 내놓는 등 기술력을 과시한 결과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일부에서 DVD포럼이 세계 DVD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보다는 일본과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기업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모임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반가운 마음 한편으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DVD포럼 집행위 회원사는 지금까지 도시바, 소니와 필립스, 타임워너 등 총 10개사로 대부분 DVD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했거나 세계 공동규격 제정에 입김을 크게 작용할 수 있는 업체들이다. 때문에 폐쇄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집행위 회원사들이 이번에 신규 회원사를 가입시킨 것은 기존의 기술에 대한 기득권 유지를 위해 현재 DVD기술력이 높은 기업체를 신규 회원사로 끌어들임으로써 앞으로 있을지 모를 경쟁의 불씨를 사전에 제거하겠다는 뜻이 다분히 내포돼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이 명실공히 DVD집행위 회원사로서 활동하려면 국제표준규격 논의에 당당히 참여, 나름대로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 기술력만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국제공동규격 제정이나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 업체별로 기술력이 비슷한 현 시점에서 표준화 성패의 관건은 지지 업체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과거 VCR규격 경쟁에서 소니, 도시바 등이 개발한 베타방식이 기술과 제품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일본 빅터, 마쓰시타의 VHS방식에 패한 원인은 바로 지지를 받아야 할 소프트웨어 업체들로부터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존 회원사와 신규 회원사와의 협력체제도 중요하다.

이번에 DVD포럼 집행위 회원사로 가입한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우리나라가 세계 2위의 가전제품 생산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해 DVD규격 제정을 선도하는 기업들과 동등하게 경쟁,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DVD는 우리의 가전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VCR를 대체할 수 있는 유력 후보로 손꼽히고 있는 상품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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