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신서비스사업 경쟁력 확보 급하다

「경쟁을 통한 서비스 향상」을 기본방향으로 추진해 오던 정부의 통신서비스 경쟁확대 정책기조가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정부와 통신사업자 모두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현재와 같은 통신서비스 경쟁확대 정책기조의 혼란과 위기는 사상처음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 통신서비스 체제가 정착돼 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파생된 일시적인 작은 부작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시적인 작은 부작용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나라 통신서비스의 시장환경이 너무 절박하다. 내년이면 국내 통신시장의 빗장이 풀리게 되고 세계 유수의 해외 기업들이 대거 몰려 올 것으로 예견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국내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의 자생력 확보와 체질 강화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지상명제가 바로 코 앞에 닥쳐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간 정부가 실시해온 통신서비스 경쟁확대 정책의 집행과정에서 나타난 허실을 되짚어 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방법이 일단 유일한 해결책이 아닌가 싶다. 정부는 지난 92년 10개의 무선호출 제2사업자를 선정한 이후 일관된 정책 기조로 경쟁 확대를 추진해 왔다. 94년에는 데이콤에 국내 전용회선 사업을 허용했고 제2이동전화 사업자도 선정했다. 96년에는 또 7개분야 27개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했고 올해 6월엔 5개분야 10개 사업자가 신규로 선정돼 총 37개 사업자가 통신 서비스에 나서게 됐다. 이 가운데 10개분야 43개 사업은 현재 서비스 상용화에 돌입했고 4개분야 14개 사업은 서비스를 준비중에 있다.

외형적으로는 시장개방에 대비한 정부의 정책의지가 충분히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이중 어느것 하나 당초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만큼 순항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동통신은 휴대폰과 PCS진영으로 나뉘어 「죽기살기식」 싸움만 계속하고 있고 수조원이 투입되는 기지국 구축 역시 별도로 추진돼 과잉 중복투자 우려만 커지고 있다.

주파수공용통신(TRS)과 무선데이타 역시 신규 사업자들은 사업권 획득시 보여주었던 의욕은 온데간데 없이 실종됐고 수익성 타령만 늘어놓고 있다. 일부 시티폰 사업자들은 이미 사업허가 반납의사를 공공연히 밝히면서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한 채 뒷 짐만 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선 신규사업자들도 설립초기부터 경영권을 두고 정부와 격돌, 한차례 풍파를 일으키고 있는가 하면 벌써부터 지분변동을 둘러싼 갖가지 루머에 휩싸여 있다. 또 기존사업들도 시외전화 사전선택제 공방에서 보듯이 안방차지하기 경쟁에만 혈안이 되고 있을뿐 더 크고 무서운 개방시대의 경쟁자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외국업체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다면 그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또 정부의 정책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기조가 분명했다고 하지만 사전준비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개방 일정에 기고 정치논리에 밀려 엇비슷한 서비스를 한꺼번에 허가하고 그것도 지나치게 많은 사업자를 양산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집행 과정에서 틀어지면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기업 탓으로 돌리기에는 정부의 책무가 너무 크다. 국가 경제를 거시적으로 판단하고 사업성을 조정하는 것은 목전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닌 바로 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정부와 기업이 제정신을 차려야 한다. 정부는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경쟁력 없는 기업은 도태할 수 밖에 없다는 객관적 입장 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과당경쟁과 중복투자를 막는 등 행정력의 모든 역량을 대외개방에 대비한 체질강화 쪽으로 몰아가야 한다. 공정하고 엄격한 경쟁규칙을 만들고 이 규칙에 따라 심판하는 것은 정부 몫이다.

통신서비스사업자들 역시 생존이라는 다급한 사정은 이해될 수 있어도 자신들의 집안 싸움은 결국 전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상호협조와 공존의 자세를 가져주기를 바란다. 시장개방을 눈 앞에 둔 지금의 상황은 공존 아니면 공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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