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율 변동에 능동적 대처 필요

원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가 최근 들어 급속히 상승하면서 경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연초 외환당국이 설정한 환율방어선인 8백45원이 이미 무너진 데다 정부가 환율 안정화에 직접 개입하면서 7월에 제시한 8백90원선마저 돌파함으로써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정부와 금융계가 금년도 원화에 대한 달러 환율을 연초 예상했던 전망보다 최고 40원 이상 높은 수정치를 제시함에 따라 환율의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거나 대기업 부도가 추가로 발생할 경우 연말의 원-달러 환율은 지금보다 2∼3% 더 올라 달러당 9백30원 수준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환율은 우리나라 원화와 다른 나라 통화간의 교환비율을 지칭하는 것으로 환율의 상승은 곧 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동안 수출시장에서 원화의 절하는 일단 청신호라는 것이 통념으로 받아들여져 온 것이 사실이다. 수출업자로서는 같은 금액의 물품을 수출하고도 환율 상승폭만큼 원화를 더 벌 수 있다는 단순한 산술적 계산에서 비롯됐음은 물론이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1% 절하될 때 1.22%의 수출 상승효과를 가져온다는 자료가 이같은 사실을 입증해 준다.

하지만 엔화와 맞물릴 경우 변수요인이 많아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재정경제원과 통계청이 분석한 「엔-달러 환율추이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자료에 따르면 일본 엔화가 1% 절하되면 우리나라의 수출은 0.28%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의존도가 심한 우리나라 전자업계의 입장을 감안하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분석이다.

원환절하는 수입업자에게는 수입대금이 올라 상당한 부담을 떠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무역수지가 나쁠 때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를 시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됐던 연초에 정부가 의도적으로 원화가치를 절하하는 정책을 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연초의 원화절하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취한 조치인 반면 최근 일고 있는 원화절하현상은 기아사태와 동남아 외환위기 여파에서 비롯됐다는 근본적인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절하가 무조건 좋은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 우선 對日 엔화에 대한 가치의 급속한 절하는 일본으로부터의 상품수입에 큰 부담을 준다. 특히 대일의존도가 높은 부품산업의 경우 수출 상승효과보다 수입에 따른 부담이 커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지난해 가전3사의 경영악화가 원화절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전자3사는 원화절하가 계속된 지난해에 외환차익이 모두 감소하고 외환차손과 외화환산 손실은 크게 증가함으로써 경상이익이 전년보다 90% 이상 줄어드는 결과를 보였다. 최근에는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 지난해의 경상이익 감소가 금년에도 이어지리라는 분석이다.

수출 자체만 놓고 볼 때는 분명히 원화절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환율안정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도 수출에서의 유리함만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지난 93년도에 우리의 원화가 전년도에 비해 10% 이상 절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발빠른 대응전략으로 수출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던 점을 감안할 때 당시보다 환경이 어려운 현재의 상황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높다.

환율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로 정부는 물론 기업도 원화변동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체질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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