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늘고있는 가전 수입

땅은 되찾았지만 시장은 다시 잃어가는가.

당시의 광복을 외치는 함성이 다시 들리는 듯한 벅찬 52주년 광복절을 목전에 둔 시점이지만 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마치 주식시장에서 상종가를 치듯 너나 없이 증가한 가전제품 수입 통계 때문이다.

무역협회 집계에 따르면 상반기에 컬러TV가 2천7백90만달러어치가 수입돼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84.5% 늘었으며 에어컨도 64.8%가 증가했다. 컴포넌트나 카세트라디오도 수입증가율이 30%를 훨씬 넘었다. 적게 는 VCR와 세탁기 조차도 10%를 웃돈다.

공산품은 필요하다면 수입해서 써야 한다. 강제로 막는다고 해서 수입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며 국제적인 분위기로 볼때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수입이 느는만큼 수출도 늘어나면 별로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수출은 늘지 않는데 수입만 급격하게 늘고 있는데 문제가있다. 이런 추세라면 수출 주력 상품인 전자제품도 무역역조가 심화될 전망이다.

수입제품도 품목이나 규격이 크게 확대되고있다. 종전까지 주로 수입되는 가전제품은 카세트나 면도기 등 소형 가전제품과 국내에서 잘 생산하지 않는 일부 고급제품으로 한정되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VCR는 물론 컬러TV,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이 망라돼 있다.

이미 자발적인 국제 분업에 의해 우리는 중저가 제품생산에서 손을 뗀지 오래다.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로부터 그러한 제품이 밀려와도 그려러니 했다. 부가가치가 낮고 우리의 높은 임금으로 그들과 맞설 수 없다는 것으로 이유를 댔다. 또 최고급품은 우리가 생산하지 못하니까 하고 아예 체념했다. 우리는 이 모두를 중급품을 수출하는것으로 땜질을 하려 했다. 그런데 이젠 마지막 보루인 중급제품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국산품의 설자리는 어디에도 없는 듯하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경제주권인 자국시장을 잃고있다. 수입업자나 소비자들만 탓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나타나는 현상일 뿐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외제품 수요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살펴야 한다. 국내 경기가 침체돼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얇아졌는데도 국산을 외면하고 외산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 국산품의 가격경쟁력이 없다는것이 문제인 것이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정부의 정책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생필품화 된 가전제품에 고율의 특소세가 부과되고 있고 폐기물 예치금도 부담이 되고 있다.

더욱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국내 가전업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가전3사의 과점체제에서 그들간 국내에서의 경쟁 경험만으로는 외국업체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 지적이다. VCR나 컬러TV가 미국등 외국에서 생산해 국내에 수입된 제품이 국내산 제품보다 훨씬 싸다. 냉장고 역시 대형, 고급형 제품은 국산제품은 가격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밀려드는 외산제품과의 경쟁을 위한 국내업체간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가전업계의 외국 브랜드 선호정책도 오늘의 현상을 자초한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외국 유명 업체와 손을 잡았다. 경영이 부실한 미국이나 유럽 가전업체에 적지 않은 자본을 투자, 경영에 짐이 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또 지금도 일부 대형 냉장고를 생산한다는 명목으로 일부 업체가 외국업체를 끌어들이려고 하고있다.

이같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산 가전품이 외국산 제품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늦지 않았다. 국내 가전시장을 지키기 위해 3사의 과점이 짐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기가 되게 현명한 자구책을 세워야 할 것이며 지금부터라도 외국업체와 손잡기 위해 엄청난 돈을 흘려보내 결과적으로 자국시장을 내놓는 우를 범하는 일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것이다. 국산이 싸고 품질이 좋아 저절로 외국산이 발을 못 부치도록 특히 과점업체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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