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반도체산업에 부는 새 바람

한국 반도체산업에 메모리 중심의 한계를 극복할 새 기운이 싹트고 있다. 앞으로 5년간 비메모리 분야에 7조원을 투자해 이 부문에서만 오는 2005년에 매출액 1백50억달러, 세계시장 점유율 5%를 달성하겠다는 삼성의 야심찬 신기술 전략이 신기운의 일단이다.

삼성그룹이 도쿄 「첨단기술 전략회의」를 통해 발표한 비메모리사업 비전은 한국 반도체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 상징적 의미로 평가할 만하다. 비메모리를 그룹의 주력사업화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신 도쿄구상」이 한국 반도체산업의 물줄기를 바꾼 핵심으로 자리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회의에서 밝힌 것처럼 반도체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비메모리 분야 육성 이외의 다른 방안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사업의 제 2도약을 이루는 데는 비메모리 분야의 독자적인 기술배양이 지름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은 이를 위해 중앙처리장치(CPU), 멀티미디어, 주문형(ASIC) 및 복합형(MDL) 반도체, 파워(POWER) 반도체, 마이컴 반도체 등을 비메모리 분야의 5대 핵심제품군으로 설정하는 한편 미국 디지털사 등 선진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도 적극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해외 고급인력을 올해안에 박사급 85명을 포함, 약 3백명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한 것은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의 육성 비중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월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을 신설해 진대제 대표를 사업추진 책임자로 선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반도체산업이 이루어야 할 비메모리 분야로의 구조적 전환에는 여러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비메모리 반도체는 메모리와 그 특성이 크게 다르다. 비메모리 분야는 다품종 소량생산이란 작업의 성격으로 인해 소품종 대량생산의 메모리 제품에서 중시되는 시장 조기선점과 원가경쟁력이 대응력과 납기, 다양한 스펙 등 고객서비스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비메모리사업에는 창조적인 연구개발 능력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의 핵심은 역시 인력양성이라는 이야기다. 설계기술 인력의 저변확대 여부에 따라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인력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입체적인 접근방법 없이 비메모리산업을 발전시키기는 어렵다고 본다. 주지하다시피 실리콘밸리가 비메모리 반도체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그 원인을 풍부한 인력에서 찾을 수 있다. 비메모리 분야가 바람직한 발전 궤적을 밟으려면 「피라미드식」 인력구조를 갖춰야 한다. 고급인력과 기능인력이 적절히 조화된 실리콘밸리의 첨단환경은 비메모리를 육성해야 하는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반드시 짚어보야야 할 대목이다.

우리는 인력양성 문제가 나올 때마다 으레 고급인력만을 계산에 넣는다. 그러나 비메모리산업은 이같은 발상으로는 부족한 인력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고급인력도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기능인력의 양성도 중요하다. 설계인력의 저변확대 없는 고급인력의 양성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따라서 중소업계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이같은 관련시설의 활용도를 높이고 자금 및 위험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세제혜택 등 정부차원의 지원방안도 좋지만 인력양성이란 대전제를 제대로 풀지 않고는 그 어떤 대책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해두고 싶다. 반도체산업을 키우는 정책당국과 업계는 기능인력에서 고급인력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인력양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삼성이 이번에 제시한 비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신기술 신사업 전략」이 우리 반도체산업의 균형발전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실현하는 촉매제로 작용함은 물론 전자정보통신업계에도 미래지향적인 도전의식을 심는 하나의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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