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분야의 눈부신 성장에 가려 그 존재감 마저 희미했던 오디오분야의 기술 개발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이는 영상기술의 발달로 비디오 화면이 박진감을 더해 감에 따라 이를 뒷받침하는 오디오 쪽으로도 일반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대여 비디오와 레이저 디스크(LD)의 대부분이 「돌비 프로로직 서라운드」라는 입체음향기술을 채용하고 있어 이를 재생할 수 있는 기기만 있으면 일반가정에서도 영화관수준의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재생 기기의 실제보급율은 매우 낮은 형편이다. 기존 시스템의 경우 전용앰프와 5대이상의 스피커가 필요해 이를 구비하기 위해서는 30-50만엔이 필요하다. 배선과 스피커위치 등에도 문제가 있어 일반 가정에의 보급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거품경제의 붕괴로 심각한 AV불황의 쓴 맛을 보고 있던 지난 93년 일본 빅터는 가격, 배선, 공간의 3중고를 해결한 가정용 스피커시스템의 개발에 착수했다. 이 시스템은 2대의 스피커 만으로 실제 스피커가 없는 후방에서도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 버철리얼리티(가상현실감)사운드를 실현한 것으로 제품명은 「극장콤포」다. 가격은 11만5천엔.
이 시스템의 원리는 기본적인 인간의 착각을 이용한 것이다. 인간은 양쪽 귀를 활용하여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무의식적으로 찾는다. 소리가 전달되는 속도는 초속 3백40m. 오른쪽과 왼쪽 귀의 간격은 약 20cm로 소리가 전달되는 시간도 최대 5백분의 1초 가량 어긋난다.
인간은 이 차이와 눈으로 얻어낸 정보를 이용하여 소리의 발생지를 인식한다. 따라서 만약 소리가 인간의 양쪽 귀에 도달하는 시간을 잘 제어할 수만 있다면 2개의 스피커에서 발생하는 음원 만으로도 방 전체를 커버할 수 있어 마치 돌비시스템이 장치된 극장에 있는 듯한 환경을 실현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의 개발을 위해 일본 빅터는 먼저 양쪽 스피커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어떤 형태로 어긋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가를 조사했다. 이를 위해 일본빅터는 20명 이상의 체험자를 대상으로 2년여에 걸친 청각테스트 데이터를 확보했다.
다음 단계로 일본 빅터는 소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엇갈리게 하는 기술의 개발에 주력했다. 일본TI와 공동으로 음향신호처리용 LSI의 개발에 착수해 초당 4천만번의 연산이 가능한 칩을 완성하는 등 연구를 거듭했다. 그 결과 방 안에 무수한 스피커가 존재하는 듯한 감각을 즐길수 있는 시스템인 「극장콤포」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 95년 가을 등장한 DVD 및 디지털위성방송이 돌비 디지털방식을 채용하고 있어 이 시스템의 시장저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니컴포넌트 분야에서도 음질향상을 위한 새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아이와는 8년만에 미니컴포턴트 분야의 기술발표회를 열었다. 이 발표회에서 아이와사장은 『아이와의 제품은 저가격이란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 아이와는 음질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새로 개발한 1백80도 스피커를 내 놓았다. 이 스피커의 특징은 스피커 정면의 어떤 방향에서도 균형잡힌 스테레오 음향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스테레오음향이 가장 균형있게 들리는 장소는 스피커와 스피커를 연결하는 직선을 밑변으로 한 정삼각형의 정점이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 위치에서 음악을 즐긴다는 것은 공간 제약상 용이한 일이 아니다. 듣는 위치에 따라 좌우 밸런스를 조정하는 것도 불편할 뿐 아니라 한 방에 여러명이 모여 음악을 청취할 경우 모든 사람이 만족한다는 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기존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아이와는 일반 스피커본체에 정면을 향해 강한 소리를 내는 「單一지향성」 스피커를 내장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단일지향성 스피커를 안쪽으로 45도 기울인 것에 이 제품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일반적인 스피커시스템은 듣는 사람이 왼쪽으로 치우쳐 있을 경우 오른쪽 스피커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작게 들리게 된다. 그러나 신형 스피커의 경우 오른쪽 스피커의 단일지향 스피커가 왼쪽 방향을 향해서는 강한 음을 오른쪽 방향을 향해서는 약한 음을 낸다. 또 왼쪽 스피커의 단일지향 스피커도 왼쪽으로는 약한 음을 오른쪽으로는 강한 음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좌우 스피커의 밸런스가 맞게 되는 것이다.
아이와는 지난해 가을 주력상품인 5-6만엔대 미니컴포넌트에 이 신형 스피커를 탑재했다.
「음질의 아이와」를 소비자에게 어필한다는 전략이었으나 홍보부족으로 현재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파이오니아도 직경 15cm크기로 30cm 이상 대형스피커 수준의 중저음을 발생시키는 「AJET스피커」를 개발, 미니컴포넌트 및 PC용으로 양산을 시작했다. 스피커는 일반적으로 전기신호를 보이스코일이라는 전자석을 활용해 진동으로 변환, 진동판으로 공기를 움직여 소리를 낸다. 이때 고음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소형의 진통판을 짧게 떨게 하고 저음을 낼 때는 대형 진동판을 길게 떨게 하면 된다. 따라서 저음을 내기 위해서는 대형 진동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음향기기의 최근 추세가 대형에서 소형으로 바뀌어 감에 따라 소형진동판으로 중저음을 낼 수 있는 스피커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기 시작했다.
이론적으로는 진동판의 면적을 반으로 줄여도 진폭을 2배이상으로 하면 같은 수준의 저음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스피커는 진동판의 테두리가 고정되어 있어 진폭을 대폭 늘리는 것은 무리이다. 테두리 부분을 고정해 놓지 않으면 진동판을 움직이기는 쉬워지지만 외부로부터 공기가 유입된다. 여기에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다.
파이오니아는 진동판을 크게 진폭시키면서도 공기의 유입을 방지하는 방법으로 피스톤운동을 응용했다. 진동판 테두리에 윤활유를 발라 바깥 벽에 밀착시키면서 진동판을 움직여 공기 유입을 방지하면서 진폭도 크게 늘린 것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여 파이오니아는 15cm 스피커의 경우 약 10mm가 한계이던 진폭을 20mm로 넓혔다. 이에 따라 「AJET스피커」는 소형이면서도 오케스트라 연주를 현장에서 듣는 것과 같은 1백데시벨의 대용량으로 50Hz의 저음을 재생할 수 있게 됐다.
오디오 매니어들은 소리의 질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매니어들은 금전적, 공간적으로 허용되는 범위에서 더 나은 음질을 추구한다. 이 금전적, 공간적 제약은 이제 오디오업체들이 기술 개발을 통해 뛰어 넘을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이것이 오디어산업의 살 길이기도 하다. 이제 오디오사업의 성패는 소비자의 요구를 소비자가 아닌 기술개발업체가 얼마나 잘 발굴해 내느냐에 달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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