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의 톰슨멀티미디어사 인수작업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톰슨의 민영화 추진작업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이어 9일(현지시간)에는 알랭 쥐페 프랑스 총리가 『대우가 한국기업이기 때문에 배제한 것이 아니라 민영화위원회가 대우측의 약속이 분명치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는 말로 거듭 톰슨을 대우에 인도하는 것을 거부했다. 단독 인수가 아니면 부분 인수라도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대우 입장에서는 「진행형」이지만 프랑스측은 이미 「완료」상태다.
대우의 톰슨인수 사실에 대해 전세계 언론은 『한국의 대우가 세계 최대의 가전업체로 부상하게 됐다』고 대서특필했다.
유럽에서 고급제품을 공급하며 미주시장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RCA브랜드를 갖고 있는 톰슨을 인수하는 것은 어떤 기업이라 할지라도 세계화, 현지화를 가장 단시간에 이룰 수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대우가 톰슨을 인수한다 것은 우리나라로선 가전산업분야에서 그동안 세계 2위에서 세계 1위로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당초 대우의 톰슨 인수작업이 현재와 같이 말썽이 있고 그 결과 무산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톰슨그룹이 프랑스 국영업체이며 프랑스 정부가 대우측에 매각을 약속했었기 때문에 우리는 결과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태도를 돌변했고 그 이유를 우리는 물론 다른 신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가 이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로부터 강력한 비난을 받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예상하면서까지 당초 방침을 변경한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프랑스 정부가 톰슨을 한국의 대우에 매각한다고 발표한 직후 톰슨의 노동자들이 즉각 반대하고 나섰으며 그 다음으로 프랑스 언론이 그것을 비중있게 다룸으로써 사회문제로 만들었던 점이다. 결국 민의를 존중하는 프랑스 정부는 여론에 따라 한달 사이에 태도를 바꿔버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론이라는 구실과 실제 그 여론의 기저에 깔려 있는 또 다른 이유로 알려지고 있는 인종차별주의와 한국기업, 특히 한국의 경영이념을 백안시하는 풍토라는 지적에 대하여는 그 영향이 얼마나 작용했는지를 가늠할 길은 없다. 최근까지 일본인을 「돈만 아는 털빠진 원숭이」라고 비하해 온 유럽 시각이 한국의 대우전자에도 미치지 않았나 짐작할 따름이다. 이 시기에 「프랑스 국민의 문화적 절대주의」를 비난하고 있는 것은 이 문제를 푸는 데 우리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제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기업 매수합병(M&A)에 대한 정부의 자세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고 단도리를 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정부가 좀더 성의를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통령이 세일즈 외교를 표방하고 전세계를 누볐지만 막상 이번 사건에서 정부 부처는 복지부동의 모습을 보였다. 톰슨 인수작업에서 실제적인 우리의 파트너는 프랑스 정부였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상황은 얼마든지 달리질 수도 있었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한국과 프랑스를 수도 없이 왕복하며 일을 추진했을 때에도 우리 정부는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침내 프랑스 노조가 들고 일어나 톰슨 매각을 결사적으로 저지하고 나섰을 때나 프랑스 현지 여론이 反韓 감정을 극도로 자극할 때까지도 우리는 외교 채널조차 이용할 줄 몰랐다. 단지 외무부는 물이 엎질러지고 나서야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으며 그나마도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국제적인 기업의 매수와 합병은 앞으로 전보다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대우의 톰슨 인수건은 아직까지는 완전히 백지화되지는 않은 상태이므로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신속하고도 적절한 대응책을 수립,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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