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0)

화면 속의 흑인남자와 백인여자가 자세를 바꾸기 시작했다. 여자가 소파를 집고 엎드리고, 남자가 여자의 엉덩이 쪽으로 돌아섰다. 남자는 천천히 자기의 물건을 손으로 잡았다. 한 손아귀에 잡혀지지 않았다. 남자의 물건도 검은 색. 남자는 여자의 뽀얀 엉덩이를 부여 잡았다. 여자가 얼굴을 더 아래로 숙이며 자기의 사타구니 쪽으로 손을 넣어 남자의 물건을 잡았다.

3시 방향의 C카메라. 사내는 백인여자가 자기의 은밀한 곳으로 흑인남자의 물건을 집어넣으며 지그시 감은 눈가로 흘러내리는 금발을 잡은 카메라는 3시 방향의 카메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12시 방향 카메라. 흑인남자가 백인여자의 엉덩이를 잡은 손에 탄력을 주어 하체를 앞뒤로 움직이는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凹凸.

완전 분리되지 않는 凹凸이 반복적으로 부딛히고 있었다.

사내는 흑인남자의 사타구니에서 잡은 여자의 출렁거리는 젖가슴을 바라보면서 침대에서 일어섰다. 바지를 까내린 채였다. 정면보다 위쪽을 향해 솟아 있는 사내의 물건이 바싹 성이난 듯 움직임 없이 꼿꼿하게 서 있었다.

엉거주춤한 걸음거리로 사내는 열려진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도로에서 솟아오른 연기가 춤을 추듯 치솟아 올라왔다. 사내는 소파로 자리를 옮기고 담배 한 개비를 뽑아 물었다. 긴 담배연기가 뿜어졌다. 카산드라 윌슨의 노래와 모니터로부터의 괴성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사내는 다시 모니터 쪽을 바라보았다.

과학의 발달은 섹스 대행자의 역할을 모니터가 대신 수행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었다. 화면 속의 남녀 또한 간접적으로 남창과 매춘부의 역할을 카메라 앞에서 원초적 행위를 통해 해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상품화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그들의 행위와 카메라맨의 숙련된 기술과 연출가들은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움직임과 음향을 창출해 낸다. 진열장 안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섹스가 하나둘 풀려나면 풀려날수록 추구하는 쾌락의 한계수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며, 좀더 높은 욕구 충족을 위해 인간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행복할 권리를 지닌 인간들의 정당한 행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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