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1세기 한국경제를 이끌 주도산업으로 항공우주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20위권인 항공우주산업을 2000년대 초에는 세계 10위권으로 끌어 올려 70년대 섬유산업, 80년대 조선과 가전산업, 90년대 자동차와 반도체산업과 같이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견인차로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항공우주산업의 시장규모가 엄청나고 항공기(43.9%)와 위성체(51%)의 부가가치율이 컴퓨터(36.9%) 및 자동차(24.8%)보다 훨씬 높을 뿐 아니라 연계산업과의 동반성장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금의 동향을 보면 정부가 항공우주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여지껏 쌓아온 노력을 포기하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관련업계는 오는 99년을 넘긴 이후부터는 일감이 없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항공기 생산공장에서 완제기 대신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해야 할 형편이라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으나 주무부처는 지난 2년간 공들여 온 韓, 中 중형 항공기 공동개발 프로젝트가 무산된 이후 아누런 대책이 없이 손을 놓고 있다. 이대로 가면 2000년대 초 세계 10대 항공기 생산국 진입은 고사하고 그때까지 국내 항공산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물론 큰 기대를 걸었던 중형 항공기 공동개발 계획이 무산된데 따른 실망과「허탈감」은 이해할수있으나 무대책의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이대로 가면 아시아 항공시장의 주도권이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에 넘어갈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50년대 창정비에서 시작된 우리의 항공우주산업은 70년대 조립생산 시대와 80년대 부품 국산화 시대를 거쳐 90년대부터 독자개발에 나서는 등 그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으나 아직도 항공우주관련 매출액이 미국의 2백분의 1, 항공중진국인 스페인과 대만의 4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세계 12위의 경쟁력과 7위의 국방비 규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인도네시아, 대만, 싱가포르보다 처지는 것이 우리 항공우주산업의 현주소다.
업계 일각에서는 우리의 항공우주산업이 이처럼 낙후된 것을 국가의 일관된 정책및 시행통제 미흡에서 찾고 있다. 업계가 항공우주산업 육성방안을 서둘러 마련하라고 재촉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당초 목표대로 2000년대 초반 세계 10위권에 진입, 유망한 산업으로 계속 성장하려면 현재 일부 부품의 하청생산에 편중되어 있는 항공우주산업의 구조를 개편하는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외국에서 수입한 소재, 부품으로 완제기를 조립하고 일부 부품을 하청생산하는 기존 형태에서 탈피, 소재, 부품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항공우주산업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핵심 프로젝트인 항공기 엔진개발의 경우도 △핵심부품을 구입해 새로운 엔진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방안 △신형엔진을 공동개발하는 방안 △추진중인 엔진 프로젝트에 참여해 모듈을 개발하는 방안 △개발이 끝난 엔진사업에 동참해 부품을 생산하는 방안 등을 놓고 꼼꼼히 따져본 후 우리의 경제규모와 기술수준에 맞는 방식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구개발력의 응집이다. 그동안 산, 학, 연이 흩어져 제각각 연구개발을 추진함에 따라 자금과 인력의 손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을 공동개발의 장으로 유인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미, 일 등 항공우주분야 선진국은 한결같이 70년대 초반부터 항공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특별자금 및 기금을 조성하고 정책적으로 항공우주산업 기반유지에 나섰음을 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2000년대 한국경제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는 항공우주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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