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벤처기업 장외등록에서 제대로된 평가 받아야

정보통신분야의 벤처기업들이 장외등록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그러나 증권시장에 장외등록한 벤처기업들이 기대 이하의 주식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장외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벤처기업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산 멀티미디어 보드의 간판업체인 가산전자가 최근 장외법인 등록을 마친 결과 주당 감정가가 당초 기대에 훨씬 못미친 1만5백원으로 최종 확정됐으며,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대표주자인 한글과컴퓨터도 2만원에 결정됐다.

가산전자의 상장을 맡은 모 증권사는 당초 주당 감정가액을 최소 3만2천원선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평가액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에 그쳤다. 한글과컴퓨터는 주당 3만∼4만원의 주식평가를 예상했으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소프트웨어시장의 노른자위인 워드프로세서분야에서 지난 6년간 국내시장을 이끌어왔고 그 결과 국내 소프트웨어를 상징하는 대명사로 불리고 있는 만큼 이같은 예상은 타당성이 있다는 것이 주위업체의 공통된 평가였다.

국내 정보통신 벤처기업의 간판격인 이들 두 업체는 매년 두배 정도의 고속성장을 해왔다. 이같은 성장은 세계적인 외국기업의 대대적인 견제공격 속에 이룬 결실이어서 그 기술력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역설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업체가 받은 참담한 결과는 한마디로 벤처기업에 대한 자본시장의 시각이 얼마나 부정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기존 증권시장이 벤처기업의 핵심요소인 연구개발력, 상품화능력, 시장장악능력 등 무형자산에 대해 올바르게 평가하지 못하고 일반기업과 같이 재무제표 상에 나타난 수치만을 갖고 획일적으로 벤처기업을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증권시장의 벤처기업에 대한 이같은 폐쇄적인 분위기는 벤처기업을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잣대를 수용하는 쪽으로 시급히 개선돼야만 한다. 벤처기업의 무형자산을 정확한 기준으로 평가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음은 물론 정보화시대를 열어줄 정보통신 주역들의 의욕을 꺾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벤처기업에 대한 저평가자세와 달리 미국, 일본, 대만 등은 벤처기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인정은 물론이고 각종 세금특혜와 관세면제, 금융혜택을 주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포천지가 선정한 5백대 기업 중 무려 20% 정도가 벤처기업이라는 점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들 기업을 육성한 결과로 분석돼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우리의 벤처기업이 선진국의 기업과 경쟁하도록 하려면 기술력과 참신한 아이디어, 그리고 독특한 마케팅기법 등을 갖춘 국내 벤처기업들에 증권시장이나 금융권에서 정당한 평가를 내려 적절한 자금을 공급해 주어야만 할 것이다.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이 상장에 나서는 이유는 기술력은 있으나 자본력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벤처기업들이 올바른 주식평가를 받아 견실한 자본을 조달해야만 기존의 튼튼한 기술력 기반을 앞세워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기약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벤처기업은 새로운 기술 또는 노하우를 개발하고 이를 기업화하는 소규모적인 창조기업이나 모험기업을 일컫는다. 오늘날 벤처기업의 대부분은 두뇌산업이나 지식산업으로 일컫는 정보통신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열해지고 있는 세계 경제전쟁 속에서 우리나라가 21세기를 기약하려면 정보통신에 뿌리를 박고 있는 벤처기업의 성장기반을 조성해주는 데 인색해서는 안된다.

기술력이 앞서는 국내 벤처기업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겠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