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 의료기기 산업육성 시급하다

그동안 외제품에 밀려 취약성을 면치 못하던 국내 의료기기 전문업체들이첨단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외제의료기기와 한판 승부를 시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지멘스, 제너럴일렉트릭, 헤라에우스, 마케트, 암스코 등 세계적인 회사들의 제품에 가격과 품질로 정면 대응해 나가겠다고 도전장을 내놓은 업체가 많아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의료기기는 우리에게 「개척여지가 무한한 천혜의 자연림」과 같은 새로운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료기기시장은 지난해 전세계 시장규모가 15조원(1백84억1천4백만 달러)의 거대한 시장으로 매년 15%이상 지속 성장하는매력적인 유망산업이며 일부 품목에 국한되기는 하나 우리의 기술이 세계수준에 근접하고 있어 잘만 개척하면 어려운 국면에 빠진 전자산업의 탈출구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초음파영상진단기 전문업체인 메디슨이 지난 3월말 1.0테슬라급 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MRI)를 국산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세계 처음으 흑백 디지털영상진단기를 개발(컬러제품은 미국, 독일에 이어 세번째)했다. 또한 동아엑스선기계의 리모트컨트롤 X레이기, 정상테크노의 시린지 펌프(소량약물자동주입기), 로얄메디칼의 가스흡입식 마취기 등 세계적인 의료기기업체와 견주어도 가격과 성능에서 손색 없는 제품들이 우리 기술로 개발됐다.

특히 메디슨이 1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개발한 MRI의 경우 지멘스,필립스, GE 등 세계 유수의 메이커가 생산중인 제품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환자의 폐쇄공포증 유발하는 MRI의 단점을 개선했고, 디지털 초음파 영상진단기도 아날로그 딜레이 라인 일부를 디지털로 대체시킨 기존 디지털 초음파영상진단기 보다 기술적 우위에 있는 제품이라는 평가다.

대웅메디칼이 개발한 무영등도 특수방열시스템을 장착, 기존 제품의 단점인 열과 그림자 발생을 방지했으며 동아엑스선기계가 개발한 리모트컨트롤카세트리스 X선 TV장치도 고주파방식의 하이 프리퀀시 제너레이터를 채택하는 등 X선 출력을 기존 제품보다 2.5∼3배 가량 향상시켰다.

이처럼 가격과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 제품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해 점유율을 높인다는 게 국내 의료업계의 구상이다.

그러나 외국업체들이 우리에게 의료기기 시장이 쉽게 내 줄리는 만무하다. 시장규모에 걸맞게 첨단기술을 보유한 세계적인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씨앗을뿌리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 또 여타산업과는 달리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어 제품개발에 성공해도 국내외 시장에서 기득권을 가진 선진업체들과 곧바로 자웅을 겨루기 힘든 게 전자의료기기산업의 속성이다.

따라서 우리 기술로 개발한 전자의료기기가 세계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경쟁력있는 제품을 만들고 시장을 개척하려는 관련업계의 남다른 노력도필요하지만 이보다는 정부차원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발굴하고 대외협력기금(EDCF)을 지원하는 등 법적,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

이같은 면에서 보면 그동안 우리정부가 추진해왔던 전자의료기기 육성정책은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대부분 단타성, 실적위주로 이뤄져 경쟁력있는제품과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아이템이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전후 파급효과를 헤아리지 않고 가시적인 성과에 연연하는 정책이 더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향후 수립될 지원책에는 의학과 의료기기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으로 구성된 의료기기 전문상사를 설립하고 신기술 개발에 따른 지원금도 일반융자보다는 출연금이 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충분히 수렴되어야한다.

후발주자들이 사전에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 참여한다 해도 쉽게 공략되지않는 게 의료기기 시장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민간업계가 합심해 거시적인안목에서 의료기기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육성책을 마련해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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