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 제품에 대한 무관세화를 골자로 한 정보기술협정(ITA:Information Technology Agreement) 체결문제가 국내업계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EU 정상회의에서 제기된 ITA 문제가 지난 4월 일본 고베에서 열린 미국, EU, 일본, 캐나다 등 「고베 쿼어드 각료회의」에서 이들 4개국은 물론 기타 국가(넌 쿼어드)의 참여까지 추진키로 합의하는 등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제네바 USTR 대표부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회의(APEC) 비공식 모임에서는 오는 11월 필리핀에서 열리는 APEC 회의와 12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ITA 문제를 주요 의제로채택, 협상의 연내종결 방침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달말에 열리는 WTO 이사회에서는 싱가포르 각료회의에서의 ITO의제채택 문제를 다시한번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현재로선 ITA의 내년 출범이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ITA란 가전제품을 제외한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반도체 및 집적회로, 통신장비, 기타 반도체 제조장비를 포함한 정보기술제품 등 모든 정보, 통신기기의 무관세화(0%)를 실현하는 것으로 이들 참여국가의 구상대로당장 내년부터 정보, 통신기기의 무관세화가 실현될 경우 이는 또다른 통상현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현재 ITA 결성움직임에 동참하고 이들 4개국들 역시 각국별 약간의 시각차이가 있어 속단하기 어렵지만 정보, 통신기기 분야에 관한한 국제경쟁력의강화가 시급한 우리나라로서는 우선 무관세화가 몰고올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보, 통신기기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제안국 당사자이므로 논외로 치더라도 이미 상당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은ITA 추진에 동조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캐나다도 ITA 대상품목의 무관세화에 대한 반대급부로 목재, 펄프제품, 의약품 등에 대한 추가 관세인하를요구하고 있다. EU는 원칙적으로는 찬성하지만 대상품목의 관세율이 높은 편인 만큼 무세화보다는 비관세장벽 철폐에 초점을 맞추면서 미, 일 반도체 협정과 ITA 논의를 연계하자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캐나다, EU 등은 현재 정보기술(IT) 제품 외에 자국의 관심품목까지 무관세화를 주장, 현재까지 구체적인 대상품목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ITA협상의 조속한 합의 도출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없지 않다.
그러나 ITA 추진이 21세기 주도산업인 정보, 전자산업의 발전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이에 따른 관련산업 분야에서의 긍정적인 파급효과등도 무시할 수 가 없음을 감안할 때 ITA추진 자체를 반대하거나 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 등 기타 국가들은 ITA 참여제의가 극히 최근에 이루어졌기 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구체적인 검토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부는 사안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ITA 논의 단계에서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감안한 대상품목 선정이나 이행기간 설정 등에 탄력성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우리나라와 비슷한 입장인 대만 등과의 공동보조를 취하는 문제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통신기기나 컴퓨터관련 부속품 등 아직까지 경쟁력이 취약한 부문에있어서는 물론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무세화 대상품목으로 거론되고 있는 소프트웨어나 반도체 부분 등은 이미 무세화를 실시하고 있거나 지난번 UR 협상시 5년내에 무세화를 실시키로 양허한 바 있어 ITA에 참여할경우 오히려 수출증대가 기대되는 등 매우 유리한 국면도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방어적인 입장보다는 적극적인 참여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는 빠른 시일내에 정부입장을 확정,관련업계의 대응방안 마련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선 전자산업진흥회, 반도체산업협회, 통신산업협회 등 관련단체의 보다 적극적인 의견수렴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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