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표류하는 위성방송

위성방송이 표류하고 있다.

무궁화위성을 통한 디지털 위성방송이 KBS에 의해 시작된 지 2개월이 지났음에도 일반인들의 위성방송시청은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위성방송은 채널수 부족, 수신기의 품질불안정,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의 재전송 등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세트톱박스 구입을 통한 일반인들의 직접 시청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현재 위성방송을 직접 수신할 수 있는 핵심장비인 세트톱박스는LG전자, 대륭정밀, 삼성전자 등 많은 전자, 정보통신업체에 의해 생산, 시판이 이뤄지고 있으나 그 공급규모가 아직까지 소량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위성방송이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위성방송 채널수가 KBS 2개 채널에 불과해 일반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을끄는 데 실패한 탓이 크다. 앞으로 채널수의 확대, 세트톱박스 공급가지원등 정부차원의 위성방송 대책마련이 이뤄지지 않는 한 위성방송의 활성화는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 보다 중요한 것은 새 방송법의 입법지연으로 위성방송 사업자선정이 불투명한 우리의 현실이다. 위성방송을 둘러싼 과제들을 근본적으로해결하기 위해서는 새 방송법이 빠른 시일내에 제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입법을 추진중인 새 방송법은 올해도 제정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공보처가 지난해 통합입법을 추진하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폐기된새 방송법은 올해 여야 동수로 구성된 제도개선특별위원회에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새 방송법은 여야간 현안에 묻혀 올연말까지 제정되기가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새 방송법 제정을 둘러싸고 방송계가 무려2년여간을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그동안 위성방송사업 참여를 희망하며 많은 준비를 해왔던관련업계는 올하반기에도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 업체는공보처의 새 방송법이 언제 어떻게 확정될지 몰라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로 인한 업계의 손실이 만만치 않다.

위성방송 사업참여를 희망하며 준비를 해왔던 일부 대기업과 언론사 등은새 방송법이 지난해 폐기된 이후 대부분 실무준비팀을 해체하고 있다. 일부대기업의 경우 위성방송 사업에 대한 열의가 없어져 이제 위성방송사업 참여여부조차 시들해진 상태다.

그동안 공보처는 부처간, 당정간에 협의를 거쳐 이번 회기내에 새 방송법이 입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위성방송 실시에신중한 자세를 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보처는 조급한 위성방송 실시가 외국 프로그램의 수입을 촉진하고 이로인해 무역역조가 심화될 위험이 크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만약 새 방송법이 올해 제정되지 않고 내년에도 대통령선거 등의이유로 입법화가 안될 경우 이같은 공보처 논리대로라면 수년내 위성방송 실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제는 방송사업자뿐만 아니라 정책부서의전향적인 마인드 및 태도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위성방송은 새 방송법이 반드시 제정된 이후에야 송출할 수 있는것만은 아니다. 이같은 사실은 정보통신부가 무궁화위성의 채널 2개를 이용한 KBS의 위성시험방송에 대해 「가허가」를 부여, 디지털 위성방송이 지난7월부터 본격 실시됨으로써 확인된 바 있다.

지금과 같이 위성방송 실시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자칫 위성방송허가권을 둘러싸고 공보처와 정보통신부 두 부처의 「힘 겨루기」인 양 비치기십상이다. 이왕 시작한 위성방송은 더이상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 앞으로 공보처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작, 방송하는 데만 정책의지를 쏟아부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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