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지난 7월31일로 시한이 만료된 미·일 반도체협정을 대체할새로운 협약에 합의했다.
샬린 바셰프스키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대행과 쓰카하라 페이 일본 통산성 장관이 캐나다 밴쿠버에서 7월30일부터 4일 동안 8차에 걸친 회담 끝에새 협정안에 합의한 것이다.
오는 99년 7월말까지 3년간 유효한 이번 협정의 주요 골자는 일본시장 내반도체 판매량 관리에서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외국산 반도체의 시장점유율조사제를 폐지하며, 민간차원의 세계반도체협의회(WSC)와 주요 국가 정부 차원의 세계정부포럼을 설립한다는 것 등이다.
지난 86년 9월 체결돼 91년 6월에 갱신된 종전의 양국간 반도체협정과 달리 이번 세번째 협정은 반도체분야의 다자간 무역질서의 기초를 제시했다는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예기치 않게 세계반도체협의회를 설립하기로 합의한 것은 미·일 양국이 협력기조를 바탕으로 세계 반도체시장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데 공동보조를 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볼 수 있다. 아직 그 실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 반도체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미국반도체공업회가 지난 85년 6월 일본을 제소함으로써 비롯된 미·일 양국의 반도체협정은 미국측의 요청에 따라 그로부터 6년 후인 91년 8월 일본시장 내 외국산 반도체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상한선을 설정하는 내용으로갱신됐다. 그 결과 이듬해 10월 이후 이 점유율 목표치가 초과됨에 따라 94년부터 일본측은 정부주도의 점유율 조사제도 폐지 및 양국 반도체협정의 연장 반대와 아울러 민간 차원의 다자간 협약을 주장해 왔다.
이처럼 그동안 양국 반도체협정은 미국측이 일본시장 개방확대를 요구하는양국간의 관계에 한정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에 합의된 새로운 협정은 다자간협약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의 협정과 크게 다르다. 이는 일차적으로 일본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양국관계가 지금까지의 대립관계에서 협력체제로 전환하고 있음을 나타내는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앞으로 양국은 세계반도체협의회와 정부포럼 등을 통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데 힘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설립되는 세계반도체협의회는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 반도체생산능력통계프로그램(SICAS), 세마텍등 각종 민간협의체가 해온 주요 기능을 통합·수행함으로써 앞으로 반도체와 관련된 각종 기술의 표준화, 각국업계간의 의견조정, 시장점유율 조정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 국제기구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협의회의 기능이나 실현성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이지만 만일 이기구가 이같은 기능을 갖게 될 경우 세계 반도체 3위국인 우리나라의 WSC 가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협의회의 가입은 현재 반도체 관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이의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국가들에 국한시키고 있다. 이같은 원칙을 세운의도는 일차적으로 0∼7%의 관세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연합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이에 해당하는 나라는 당사국인 미국·일본과 캐나다에 불과해 앞으로 이 협의회의 결성에는 많은 논란과 문제가 야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이번 반도체협정에 유럽의 의사가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크게 반발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미국과 일본이 우리나라와 유럽 등 주요 반도체산업 국가들과의 협의 없이 제3국가들과 관련되는 사안을 일방적으로 합의한 부당성을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반도체분야 관세철폐는 국내에서도 개선되어야할 문제점으로 여러차례 지적된 사항이어서 그리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WSC 가입여부나 그에 따른 조치는 이 협의회의 추진추이를 좀더 지켜보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국제기구가 결성될 경우 우리 정부와 관련업계는 우리의 실리를 최대한 이끌어 내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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