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입차를 경계하라

자동차증가율 세계 1위인 한국의 자동차시장을 겨냥한 외국 자동차업체들의 파상공세로 국내 자동차 시장의 한축이 무너지고 있다. 선진 자동차 업체들이 무이자 할부판매·저가차량 도입·가격파괴 등을 통해 국내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에 판매된 외제차는 모두 4천9백62대로 지난해 상반기(3천3백5대)보다 50.1% 늘어난 반면 국산 자동차는 출혈을 감수한 판매정책에도 불구하고 상반기에 평년작에도 못미치는 15.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대로 가면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이 1만대(지난해 6천9백21대)를 넘어서게되는 등 외제차의 시장점유율은 위험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물론 대수로 계산하면 외제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1%에도 못미칠 정도로미미하다. 문제는 대수보다 외제차의 성장잠재력이다. 특히 최근들어 외제차업체들은 『수입차가 모두 비싼 것은 아니다』며 기존 제품의 가격을 인하하고 중저가 차를 도입하는 한편 선진국 수준의 애프터서비스망을 구축, 중형차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포드자동차코리아가 직판체제 구축 이전에 6천9백여만원에 팔던 「링컨 타운카」 가격을 1천2백만원 가량 내렸고, 크라이슬러를 판매하는 우성유통도 「스트라투스 LE」를 4백80만원 인하한 2천2백80만원에 1백대 한정판매하고 있다. 또 피아트를 판매하는 이탈리아 모터스도 3천9백60만원짜리 「란치아 카파 2.0」 1백대를 인도금 9백60만원에 48개월간 할부(연리 7%) 판매한다. 스웨덴 사브 수입판매상인 신한자동차도 「사브 9000터보」 국내 판매1천대 돌파를 기념, 「9000 2.3터보」와 「900터보」를 각각 3천만원과 2천만원에 20개월 무이자 할부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은 가격인하와 함께 그동안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서비스시스템 정비에도 막대한 투자를 단행할 계획으로 알려져 국내 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직판체제를 구축한 포드의 경우 지역딜러들에게 『서비스에자신이 없으면 판매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한편 「몬데오」모델의 파격적인무상서비스(3년에 6만)에 나섰으며 BMW도 독일 현지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아래 대대적인 서비스망 확충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자동차 수입허용도 변수 가운데 하나다. 정부의 예고대로라면 오는 99년에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일본차가 선보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외국업체의 파상공세로 내수시장의 한축이 무너지는 위기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차업계는 아직도 구시대적인 판매형태를 답습, 외제차확산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모델변경이 잦을 뿐 아니라 선택품목이 많아 차값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기본 차값만 보고 차종을 골랐다가는낭패보기 일쑤인 것이 국산 자동차라는 인식을 좀처럼 불식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비슷한 가격대에 최첨단 장비를 갖춘 성능좋은 외제차가 물밀 듯이 밀려오는 판에 변칙적인 가격책정으로 자동차값을 올리는 판매전략으로는 외제차를이겨낼 수 없으며 국제수지 적자를 들먹이며 소비자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는것에도 한계가 있다.

값싸고 성능좋은 차만이 경쟁에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서둘러내·외주를 포함한 부품조달, 생산공정 개선, 부품통합 및 축소, 전략적 협력, 현지생산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수입차의 급속한 확산과 변화하는 시장판도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그동안 관행처럼 자행하던 선진국 모델 베끼기 등을 지양하는 한편 창의적인 조직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 자동차업체가 수입차의 무차별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이를 계기로 초일류 자동차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중심의 전향적인 마케팅 전략과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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