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로그램보호법 1년에 한번은 개정해야

법은 자주 개폐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정설이다. 그러나 과학기술 관련법의 경우는 예외일 수 있다. 그 이유는 과학기술의 경우 기술발전속도가 빨라 이를 조기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라이프사이클이 빠른 대표적인 분야가 컴퓨터이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램의 경우 정보사회의 진전에 따라 그 발전속도를 더욱 빨리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을 적어도 1년에 한번은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의 제정취지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보호하고공정한 이용과 관련산업의 기술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프로그램보호법이 프로그램의 발전속도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면 가치를 상실하게됨은 물론이다.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을 1년에 한번 개정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기술동향을 법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가장 먼저 지적하고싶다. 지난 87년 프로그램보호법 제정 당시에 컴퓨터 기술발전 주기는 3∼4년이었으나 90년 중반 이후부터는 6개월∼1년 단위로 보다 짧아졌고 앞으로는 더욱 발전속도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두번째로는 최첨단 기술을 과거에 제정된 법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과학기술의 속성에도 맞지 않다. 이는 최신 기술동향을 법적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한다는 의미와도 일맥 상통한다.

세번째는 새로운 기술을 정의하고 보호하는 토대가 마련됨으로써 개발자나기업이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멀티미디어나 인터넷의 부상에 따라 각종 프로그램이나 그 결과물들이 최근들어 대거 등장하고 있으나 현재의 법으로는 이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효율적으로 보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와 함께 인터넷을 통한 프로그램 전송이나 상거래도 보편화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의를 기존 법은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몇번이나 어떤 의도로 프로그램보호법을 개정했는가. 역대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개정역사를 살펴보면 정부는 지난 86년 12월30일 프로그램보호법을 제정해 87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후개정작업이 이뤄지지 않다가 89년 12월에 1차, 93년 3월에 2차, 94년 1월에3차, 95년 12월에 4차 개정을 실시했다.

이 법이 제정된 86년 말에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서 86년9월 지적재산권을 처음 정식의제로 채택했고 가장 최근 개정된 4차 때에는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했다. WTO는 95년 1월 「WTO/TRIPs(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을 발효시켰는데 이는 GATT의 지적재산권을 국가간 통상문제로확대 적용하려는 선진국들의 이해관계 때문이었다.

이 두가지 사안을 놓고 볼 때 정부의 프로그램보호법에 대한 시각은 산업흐름을 반영하려 했다기보다는 GATT나 WTO 출범에 따라 국제적인 관례상 타의적이고 수동적으로 이를 제정, 시행했다고 보는 것이 타탕할 듯 싶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로 4차 개정당시 업계나 법조계는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는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리버스 엔지니어링의 허용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를 허용할 경우 외국업체들의 반발에 따라통상문제로 비화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입법예고 시에는 담겨있던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법 공포시 삭제해버린 것을 들 수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은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이다. 그러나 현실은 외국에 비해 기술수준이 너무 뒤떨어져 이 상태로는선진국을 따라잡기가 어렵다. 정보사회로 진전되면 진전될수록 프로그램, 즉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입안자들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보호법의 개정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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