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실한 경제구조를 갖추자

반도체 경기를 놓고 어두운 전망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업인 일본의 히타치가 올 하반기를 겨냥한 64MD램의 양산체제를갖추고 새로운 승부수를 띄울 채비를 마쳤다는 소식이 물건너 들려온다. 이미 16MD램까지 생산설비 기술을 대만·중국 등으로 넘겨버린 히타치가 64MD램 시장에서의 선점을 통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다시 한번 기선을 잡겠다는목표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쪽에서는 아직 한국 반도체업체들이 64MD램 부문에서는 양산체제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도 들린다. 실제로는 국내 1개사만이64MD램 생산라인 2개를 완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회사는 아직 시장수요가 충분히 일지 않았다는 판단으로 물량조절을 하느라 1개 라인만 가동중이라고도 한다.

이같은 정보를 모를 리 없는 일본쪽에서 64MD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기에앞서 낙관하는 근거는 생산수율의 문제다. 하반기에 64MD램이 반도체시장에서 격돌을 일으킬 경우 결국은 생산수율이 승패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으로보이며 히타치쪽은 수율에 있어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장담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아직 국내 업체쪽의 반응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는 수준이어서하반기 반도체시장 쟁패를 둘러싸고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타의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아직 준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결국새롭게 격돌이 예상되는 64MD램 시장에서의 싸움은 이들 두 회사의 한판 승부로 압축될 공산이 크다. 새로운 시장에서 초반부터 격돌이 일어날 경우 가격 안정선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생산수율이 최대 관건이 될 것은 분명하다. 아울러 16MD램 부문에서의 뒷받침이 64MD램 시장 싸움에 힘을보태줄 것이다. 따라서 64MD램 시장에서 저력있게 싸우려면 16MD램 부문이안정된 수익을 내거나 최소한 걸림돌이 되지 않을 생산성을 확보해야만 할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의 반도체업체들이 이미 16MD램까지 해외생산하며 자국내에서는 64MD램 생산설비를 새로 갖춰 새 시장 창출을 겨냥한 결전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반도체를 모두 첨단산업으로 분류하고 국내에서 방대한 생산조직을 끌어안고 씨름하는 동안 일본은 생산조직의 슬림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이루어낸 셈이다.

이제 기업활동의 지역적 한계는 무너졌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의 새로운 무역장벽이 국경을 넘는 경제활동을 부추긴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이미 국내에도 가전·오디오 부문에서는 말레이시아산 아이와, 중국산 소니하는 식으로 수입선 다변화의 벽을 허물고 국내 입성한 일본기업 제품들이즐비하다.

국내 기업들도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혹은 원산지 증명 등의 새로운 무역장벽 돌파를 명분으로 생산설비의 해외 이전을 서두르는가 하면 국내 하청업체들을 제쳐두고 외국산 부품 채택을 하는 게 새로운 추세처럼 확대되어가고있다. 기업 생산설비의 잇단 해외이전이 국내 산업의 공동화(空洞化)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으나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켜 줄 대책은 끊임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창출밖에 없다.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최첨단 기술의 지속적인 개발과 보편화된 기술의 신속한 해외이전이 맞물려야 기업의 성장과 국가경제의 글로벌화가 이룩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1개 기업의 독주만으로 선진국 진입이 가능한 것이 아닌만큼 연관산업의 공동 발전이라는 든든한 토대를 구축하지 못하면 성장은 허망한 환상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 1개 기업은 자사의 시장 쟁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것이지만 국가 경제정책은 선두그룹의 행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후미그룹의낙오를 방지하기 위한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 연마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제 선진국 진입을 꿈꾸는 우리나라도 세계 표준을 선도할 첨단기술의 개발과 그 개발의 토대가 될 기초기술·기초과학의 성과 축적, 연관산업 파급효과를 고려한 경제정책의 입안 및 시행이 박자를 맞춰 든든한 경제구조를갖춰나가야 할 시점에 다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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