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의 첨단가전산업 육성방안

현재 우리 전자업계가 직면한 문제들은 모두 수출과 관련된 것이라 해도지나치지 않다. 전자산업에도 수출이 안되면 경기가 위축되고 산업 전반의활력이 떨어지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메커니즘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전제품 수출이 침체되고 반도체 경기침체 문제가 제기될 때만해도 엔고의 반사이익을 기대해 크게 걱정할 게 없다며 애써 낙관론을 견지해왔던 정부도 지난 6월 전체 수출 증가율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에 그치자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각종 대책마련에 부산한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최근 통산부가 청와대 경제장관회의에서 보고한 「수출기반 확충을 위한 산업경쟁력 강화대책」과 가전업계와 가진 신산업발전 민간협력회의에서 발표한 「멀티미디어형 첨단가전산업 중점지원책」이다.

우리가 이번 대책에 각별한 기대를 갖는 것은 단기처방에 치우쳤던 과거의산업지원책과 수출촉진책과는 달리 근본적 문제인 산업경쟁력 강화측면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전제품의 수출이 잘되고 고도성장을 지속하는 동안 정부는 가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과 같은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 맞고 있는 위기는 지난 80년대 후반 3저 호황뒤에 겪은이른바 총체적 위기 때와 흡사한 측면이 없지 않다. 당시에 전문가들이 내놓은 진단은 호황기에 불예측적인 불황기를 대비하지 않아 구조조정에 실기했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가전산업을 보면 지난 몇년간 그런 잘못을 되풀이한셈이다.

지금 우리 가전산업은 급격한 기술발전에 따른 상품 수명주기의 단축에다디지털화, 정보통신과 가전의 융합화, 선진국의 수입규제와 개발도상국의 추격으로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따라서 가전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려면무엇보다 차세대 주도제품을 선진국과 동일한 시기에 상품화할 수 체계적인개발전략이 필요하다.

지금은 국제화·개방화 시대다. 지금까지와 같이 선진국이 개발한 제품을뒤늦게 상품화해서는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신제품 개발초기에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면 선진국에는 물론 개발도상국에까지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견지에서 오는 2000년 세계 시장규모가 1천2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버서타일 디스크 리코더(DVDR) 등 차세대 가전제품을 우리 업계가 가전 선진국인 일본과 같은 시기에 상품화할 수 있도록 중점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함께 韓日월드컵 공동개최와 디지털 위성방송 본격화 등에 대비해 디지털 와이드TV·디지털 캠코더 등을 「월드컵 특화상품」으로 지정, 세계 일류상품이 되도록기술개발 자금과 판로를 지원하겠다는 정책은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수출 활성화가 기대된다.

가전산업의 경쟁력은 이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기술개발 자금지원을 통한첨단기술 개발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핵심부품의 對日의존, 지나친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출 의존, 고질적인 고비용구조, 품질향상 및 디자인 혁신 미흡 등 그간 수없이 거론돼온 갖가지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중 현재 우리 가전산업이 선진국에 비해 가장 열위를 보이고 있는 디자인 부문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우리 가전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줄곧 2등만을 차지한 것도 바로 디자인에 대한 관심부족때문이었다. 물론 이번 회의에 참석한 가전업계 대표들이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 기대가 된다.

가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다. 디지털화하고있는 가전산업 기술추세에 적절히 대응하고 세계 시장의 흐름에 맞는 디자인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 경우 우리 가전제품은 일류상품이 되고 산업경쟁력도 자연스럽게 갖춰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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