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C업계 "우물안 개구리" 벗어나야

외국 업체들이 올들어 국내 PC시장을 겨냥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동안에는 국산 제품들의 독무대였던만큼 국내 업체들끼리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여 왔으나 이제는 외국산 제품과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수밖에없게 됐다.

국내에는 세계 10대 PC메이커 중 지난해말 에이서·패커드벨·PC가 진출했고 올해는 델이 국내에 법인을 설립해 9대 메이커가 들어와 있다. 게이트웨이2000도 현재 국내 유력업체와 한국 진출을 협상중이라는 소식이어서 조만간 국내시장에 세계 10대 메이커가 모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업체는 다 진출한만큼 국내시장을 전유물로 생각했던 국내 업체들의 사고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같이 외국 유명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은 국내 PC시장 규모가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큰데다 연간 시장성장률도 30%에 이르러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PC업체들의 시장에 대한 접근자세는 이로 인해 과거와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 국내 진출한 외국 업체들은 시장수요가 작았던 점도 작용하긴 했지만 영업에 소극적이었다. 예를 들면 세계적인 명성만을 앞세워 고압적인 영업활동을 하거나 본사에서 제품을 들여다 마진을 높게 붙여서 팔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국내 업체들은 외국 업체들의 판매공세에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고 또 외산제품의 시장점유율도 별로 높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들어 진출한 회사들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우선 영업자세가 적극적으로 전환됐고 마케팅도 많이 팔겠다는 전제 아래 TV광고에도나서는 등 저마진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는 제품을내놓기 위해 국내 엔지니어들을 본사에 파견해 제품 설계단계에서부터 제품개발에 참여시키고 있으며 제품 출시시기도 우리나라 업체들과 같은 시기로조절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외국 PC메이커들은 마케팅전략을 홈PC시장에 맞추고 있다. 이러한경향은 외국 업체들이 과거 기업시장을 중심으로 영업을 전개해 온 것에 비추어 보면 커다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홈PC시장 장악을 성공적인 對韓 진출의 지름길로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PC업체들 가운데 가장 의욕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회사는 한국IBM이다. 주력사업을 중대형 컴퓨터에서 PC로 전환해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두 배나 늘어난 6백5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컴팩도 만만치 않다. 제품 개발에서부터 한국의 엔지니어를 참여시켜 각종 소프트웨어의 한글화를 미국 현지에서 수행하고 TV광고에도 나서는 등 상당히 의욕적이다. 패커드벨과 에이서 등 다른 업체들도 경영진을 교체하고대대적인 조직확충에 나서는 등 국내시장을 겨냥한 행보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우리 업체들로 하여금 앞으로의 시장경쟁은 로컬업체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외국업체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즉 국내시장은 이제 우리의 것만이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세계 10대 메이커들이 국내 시장에서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과 경쟁하는 것은 바로 세계시장을 무대로 경쟁하고 있는 것과 같다. 이같은대내외적인 경쟁구도는 국내 업계가 적절한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대처해 나간다면 앞으로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있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은 지금까지 한국 시장만을 겨냥해 가져왔던 좁은 시야를 이 기회에 세계로 넓혀야 한다. 국내 PC업계는 이번 세계적인 외국 PC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포문을 연 것을 발판으로 삼아 경영은 물론 제품 개발에서부터 생산과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 이르기까지 세계시장을 제패할 수 있는 틀을 갖춰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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