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파 내성 기준과 수출 확대

정부가 각종 전기·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불요한 전자파를 규제하는 전자파장해 방지기준과 전자파장해가 발생하는 환경에서 기기가 스스로 이를 극복해 정상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파 내성기준을 새로 마련했다고한다. 이번 기준마련으로 컴퓨터를 포함한 정보기기는 물론 자동차와 의료·과학·산업분야에 이르기까지 전자파 적용분야가 넓어져 앞으로 국산제품의품질향상과 수출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에서는 전자파 내성에 대한 기준을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마련하자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너무 이르지 않느냐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어떤 일이든지 눈앞에 닥치고 난 뒤 대책을 마련하는 것보다는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이번 기준안을 마련하기 위해 두 달간 관련전문가들과 수시로 회의를 열었고 기준안을 관련부처에 보냈으며 이 안에 대한 관련업계의 의견을이달 중순까지 수렴해 상반기중 확정 고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기준안을 마련함에 따라 세부 시험방법을 준비중인데 관련부처협의를 거쳐 시험방법도 고시할 계획이다. 정부는 전자파장해는 올 하반기부터 시행하고 전자파 내성기준은 97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부터 우리도 전자파장해뿐만 아니라 전자파 내성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다.

전자파장해를 비롯한 전자파공해는 이미 세계 각국에서 전자파 관련기준을정해 이를 제품생산에 엄격히 적용하고 있고 유럽연합은 전자파 내성기준을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전자파공해는 눈에 보이는 대기와 수질·소음공해와는 달리 눈에 보이지않고 들리지도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욱이 정보사회의 급진전으로 우리는 전자파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일과를 컴퓨터 앞에서 시작하고 각종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해 정보를 주고 받고있다. 그뿐이 아니다. 대부분의 국민은 자동차나 지하철을 이용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전자기기의 전자파공해가 사회문제로 등장한 바 있지만 정부나 업계에서 근본적인 대책마련에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고 일회성 문제제기로 그쳤기 때문이다. 다만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돼 있을경우 피부암을 일으키고 유전인자에 이상을 가져다 주는 등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대해 일부 학자들과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곤 했다. 일부 학자들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휴대폰과 전자오락기기·전기담요·지하철 등에서 전자파가 발생해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처방을 제시하기도했다.

반면 외국에서는 전자파 관련기준을 대폭 강화해 각종 전자제품이 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수입을 제한하는 등 갈수록 전자파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전자파장해가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같은추세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자파에 관한 연구를 지원하기위해 특별법을 제정했으며 지난 92년부터 5년간 5백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한다. 유럽연합은 올해부터 가정용 전기·전등기류·형광등·조명기기류에 전자파 관련기준을 정해 이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전자파 관련기준을 정하지 않고 이 문제를 소홀하게 다루면국민건강 악화는 물론 국산제품의 수출에도 상당한 차질을 줄 수 있다. 이런점을 감안해 정부나 관련업계는 이번에 마련한 전자파장해 방지기준과 전자파 내성기준을 바탕으로 전자파장해를 최대한 방지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기준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수출전선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전자파장해를 줄이기 위한 기술과 각종 장치를 개발하려면 예산이 필요하고 전문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관련업계는 전자정보통신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건강을 무시한 제품의 판매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의 이번 전자파 관련기준 마련이 국산제품의 품질향상과 국민건강증진, 그리고 수출확대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