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공장부지 규제 풀어야

세계 각국은 차세대 반도체산업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외국업체들에 세제혜택은 물론 공장용지를 무상 임대하는 등 각종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국 산업의 질도 높이고 부가가치와 함께 고용효과를 창출하자는의도에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은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외국인 전용공단을 조성해주는 등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외국에 비해 지원이 인색한 형편이다. 특히 국내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보면 첨단산업육성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수도권은 물론 지방공단에 있는 반도체공장들은 각종 「불합리한」규제의 멍에가 씌워져 증설은 물론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해 왔다. 굳이 반도체를 예로 든 것은 정부가 늘 「육성·지원」을 다짐하는 대표적인 업종이자기술발전 추세에 따라 거의 몇년을 주기로 새로운 첨단공장을 건설해야 하는등 공장부지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반도체산업에 대해 시장이나 기술개발에는 나름대로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왔으나 정작 관련업체들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정부가 아니면 개선해 줄 수 없는 공장부지나 세제·관세 및 국내외 재원조달 문제 등 애로점은 속시원하게 해결해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차세대 제품을 중심으로 수도권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확장 또는건설하려 하고 있는 삼성전자·현대전자·아남산업은 물론 구미공장을 늘리려는 LG반도체 등 대부분의 반도체업체가 공장부지 확충을 위해 해마다 對정부 건의와 설득만을 되풀이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관련업계와 공동으로 정부에 건의, 공업배치법 시행령 개정안에 이같은 실정을 반영함으로써 기존 공장면적의 25% 범위 안에서 공장증설을 허가받았다. 그러나 증설면적을 최고 15만㎡(약 4만5천평)로제한하는 건설교통부의 「국토이용관리법 시행규칙 개정령」에 묶여 어렵게따낸 「공업배치법 개정」이 빛을 잃고 말았다.

LG반도체도 구미의 7만5천평 부지중 2만평 가량이 원상보존지로 묶여 있어공장확장이 거의 한계에 달함에 따라 원상보존지중 일부를 공장이 아닌 나머지 부대시설의 설치에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건교부가 부대시설조차 건축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2만평중1만평은 공업배치법상 공업지역으로 포함돼 세무당국으로부터 비업무용 토지로 판정받아 법인세를 부과당했다고 한다.

수도권 공장부지 확충이나 원상보존지 조정문제 등에 대해서는 통상산업부와 건교부·환경부 등 부처간 입장과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부처가 법을 개정해 허용한 것을 다른 부처가 제한하는 상호 모순된 운용을 하는 이같은 행태는 부처간 협조와 사전 조율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것이자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일임이 분명하다. 다행히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 증설문제가 해결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통산부와건교부 등 유관부처는 최근 경제차관회의에서 그간 공장 신·증설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성장관리권역내 공장 신·증설 억제문제에 융통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을 개정, 곧 국무회의에 상정할 것이라고 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는 기존 공장면적의 25% 범위 안에서 인근토지를 공장부지로 전환할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에 숨통이트이게 된다. 그뿐 아니라 현재 공장부지 문제로 생산능력 확대에 애로를 겪고 있는 현대전자·LG반도체는 물론 반도체 일관 가공사업 신규참여를 추진하는 아남산업 등의 공장 신·증설 문제해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업체들은 기대하고 있다.

수년째 끌어온 공장부지 확충문제가 이번에는 반드시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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