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다양화" 실패 화근
지난 94년 무더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먹는샘물(생수) 자동판매기가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날씨가 무더울 것이란 예상아래 지난해 먹는샘물 자판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던 업체들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여기에 기술적인 문제가 겹치자 부도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PET병식 먹는샘물자판기를 내놓은 제일벤도피아를 비롯해 합동정밀·거성·도성전자·동진미드이스트 등 5∼6개 업체가 먹는샘물 자판기 시장에 참여했으나 현재는 동진미드이스트 1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진 역시 지난해말 1차 부도를겪었으나 이를 극복, 사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해외 판로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동진을 제외한 업체들이 모두 PET병식 제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유일하게컵식 먹는샘물 자판기만이 살아남은 셈이다. 동진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컵식 자판기가 품질면에서 안정을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그는 또『컵식이든 PET병식이든 먹는샘물 한가지 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으므로 취급 상품을 다양화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말했다.
먹는샘물 자판기 사업에 착수하는 업체마다 부도가 잇따르자 자판기 업계에는 「먹는샘물 자판기 사업하면 망한다」는 웃지못할 말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는 2∼3년전 자판기 업계에 회자됐던 「신제품 출시하면 망한다」는 말과도 일맥 상통한다. 자칫 수요는 별로 없으나 경쟁은 그 어느품목보다도 치열한 국내 자판기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 개발비조차 회수하지 못한다는 풍조가 만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내 먹는샘물 자판기 시장은 약 1천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선발주자가 없는 상태다. 따라서 일반 커피나 음료자판기 등에 주력해 왔던 만도기계·삼성전자·두산기계 등 대기업들이 올해부터 먹는샘물 자판기 시장에 참여하기위해 계획을 구체화했으나 시장상황이 불투명, 사업을 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는 이 시장이 나름대로 반전될 소지도 충분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먹는샘물 사업을 신청했으나 아직 사업권을 따내지 못한 업체들이 많기때문에 이들 업체가 정부로부터 먹는샘물 사업권을 얻으면 자판기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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