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26)

그들은 이제 스마트 라면매점과 유전적으로 가공된 애완동물가게를 지난다. 새끼새들은 신문지 위에 놓인 바구니 속에서 날개를 접은 채 잠들어 있다. 실버체인으로 연결된 코반지를 달고 게이여자 둘이 익스프레소 커피를마시고 있다.

평방 1 정도 밖에 안되는 가판대에서는 교육용 마이크로소프트를 그램으로 판다. 판화만들기 레슨에서부터 바보도 와세다 대학에 장학금으로 다닐수 있게 만드는 프로그램까지 모든 것을 할인 가격에 판다고 광고하고 있다.

속이 꽉 찬 바디백이 지퍼로 잠겨 보행로에 놓여있는 길을 건넌다. 일본어가 형광색으로 인쇄되어 있다.

『신체이식 공장에서 나온 고장난 부품인가요?』

고비가 묻는다.

인공 신체조직을 콩나물처럼 기르는 가내 공업이 치바시에 많다는 소리를들은 것 같다.

마모는 잠시 가만 있더니 발로 가방 하나를 툭 건드려본다.

『아뇨, 얘네들은 아예 태어나지도 못했답니다. 깨치고 나오지를 못한 거죠.』

『깨치고 나오지 못하다니, 뭘요?』

마모는 그의 자주색 잇몸을 드러내며 낄낄거린다.

『뉴도쿄에 오신 것 처음이시죠? 그런 줄 알았어요. 이놈들은 흐름을 타고넘어오지를 못했답니다. 안 돌아오는 사람들이 꽤 있거든요. 친구분이 다 말씀드릴 겁니다.』

턱으로 야즈를 가리키며 말한다.

『그래요, 저자들은 끝장이 난거라구요. 절대 못 돌아와요. 사요나라시까지도 못 오죠.』

좁은 길을 따라 그들을 이끌며 마모가 말한다. 그리고는 잠시 후 파이버글라스 벽에 붙어 있는 문 쪽으로 가더니 문 위에 깜박거리는 빨간 눈같은 것에 리모컨을 작동한다. 스르르 문이 열리고 갓 없는 할로겐 전구가 밝히고있는 좁은 복도가 보인다.

『여깁니다.』

가파른 계단을 뛰어오르며 마모가 말한다.

『한가지 미리 얘기할 것은 말입니다, 마리라는 룸메이트랑 같이 사는데아마 남자친구가 같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방해가 될까봐서 말입니다.』

『알았어요.』

야즈가 고비에게 윙크한다.

『우린 일하러 온 거요. 일만 끝나면 잽싸게 나갈테니 걱정말아요.』『자, 들어오세요.』

문에 코드를 눌러 열면서 마모가 말한다.

『지저분한 것 눈감아 주깁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