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체계적인 EMI정책 아쉽다

전자.정보통신기기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전자파 장해(EMI)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컴퓨터를 비롯한 정보기기와 TV 등 전자기기에국한돼 논란이 돼온 EMI가 최근들어 이동전화.송전탑 등 고전압설비분야로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스웨덴 국립 근로생활연구소가 발표한 이동식 무선전화기에서 방출되는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발표가 이같은 사실을뒷받침해주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보통신부가 전자파 장해 검정규칙 개정안은 발표, 업계는물론 일반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6개월여의 작업기간을 거쳐 마련한 검정규칙 개정안은 그동안 실효를 둘러싸고 마찰을 불러왔던 국내 전자파 검정의문제점 해소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EMI 검정규칙 개정으로 검정대상기기가 기존의 전기.전자기기 및 산업과학 의료기기.유선통신 단말기기.정보기기 등 4종에서 자동차.고전압설비.

조명기기 등을 추가하여 총 7종으로 늘어나게 됐다. 또한 대상품목의 검정시EMI 방지기준과 함께 EMI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전자파 내성(EMS)기준을 적용하기로 하는 등 규제기준을 크게 강화했다.

특히 자동차를 EMI 검정대상 품목으로 지정한 것은 90년대 초부터 자동차의 EMI검정을 실시하고 있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늦은 감은 있지만 긍정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그동안 지속적인 논란의 대상이 돼온 수입품 동일기기 검정 면제조항은 이번 검정규칙 개정안에서 제외되는 등 여전히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검정합격 기기와 동일한 제품을 수입할 경우 검정이 제외돼, 국내관련업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물론 자가 사용 목적으로 들여오는 제품에대해서만 검정을 면제한다는 예외규정을 두긴 했지만 외국산 제품이 검정절차를 무시하고 국내에 반입됨으로써 국내업계의 지속적인 경쟁력 약화요인으로작용하게 됐다.

이번 검정규칙의 대대적인 개정으로 최소한 3년간은 현행 규정이 유지될것이라는 관련업계의 전망을 감안하면 수입제품의 EMI검정 면제조항에 대한손질은 반드시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일치된 의견이다.

이와 함께 EMI 검정관련 부처의 창구도 일원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 분야의 주무부처는 정보통신부인 반면, 실질적인 검정주관 업무는 공업진흥청(현 중소기업청)이 담당하는 이원적 체제를 유지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통상산업부 산하 관청으로 통산부의 입김을 강하게 받아온 공진청과 EMI관련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간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계속돼왔다.

또한 EMI 검정대상 품목중 전기기기는 통상부가, 정보기기는 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등 업무체제의 이원화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95년8월 전기용품 안전관리법 운용지침 개정시 통산부는 형식승인상의 EMI검정조항을 기존의 경결점에서 중결점으로 전환해 기준미달시 처벌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통부가 EMI 검정업무의 주무부처임을 내세워 강하게 반발함에 따라 무산됐으며 수입제품에 대한 EMI 검정면제에대해서도 양부처의 이견으로 국내업체가 어려움을 겪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같은 이원적 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진청에서 관할하던 EMI 검정업무를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결정한 바 있으나, 업무가 중소기업청으로 모두 이관된 현재까지도 EMI관련 업무만은 민간이양이 이루어지지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민간에 이양한다는 기본계획만 마련했을 뿐 구체적인 이양계획은 민간기관 간의 이해가 엇갈려 논의만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최근들어 선진국들은 전자파 규제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부상함에 따라 이 분야를 정부차원에서 크게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일부국가에서는 EMI 등 특정기술 기준을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활용하기 위해별도의 국가공인기관을 설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이제는 EMI관련정책을 체계적이고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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