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리안 컴 학술대회"의 성과

한국.북한.중국 등 3개국의 1백여명 학자와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중국연길에서 열린 "제2회 코리안 컴퓨터처리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16일 각분야에서 상당한 의견접근을 본 가운데 공동합의문 발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의 목적은 한글 및 한국어 관련언어 및 컴퓨터분야 당사자가 직 접만나 한국어 및 한글사용권의 동질성과 그 통일방안을 연구하는 데 있었다. 우선 이번 대회는 남북한 학술대회 사상 처음으로 2회까지 이어졌다는 점 과최근 남북한 경색국면을 고려할 때 적극적인 자세보다는 만났다는 점 이상의기대를 걸지 않았으나, 모두가 합의도출을 위해 진지하게 접근함으로써 공 동합의문을 만들어내는 등 예상외의 결실을 거뒀다.

따라서 이같은 예상외의 성과와 성공적인 폐막은 한글정보처리분야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다줌은 물론 향후 남북학술대회의 개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남북교류의 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남북한간의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합의문 발표 이전에 양측이 토씨 조정 등 다소 이견을 보이기도 했지만컴퓨터 용어.컴퓨터자판.자모순.컴퓨터 부호계 등 4분야에 대해서 남북한 학자들이 밀도 높은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규격을 마련했다. 이는 통일이후 본격전개될 한글정보처리 표준규격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 아니할 수 없다.

이번 국제학술대회가 이처럼 예상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번행사를 한국의 국어정보학회와 중국의 연변전자정보센터、 북한의 조선과학 기술총련맹 등 순수민간학술 및 연구단체가 주도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 다. 회의가 시작된 첫날부터 현실적인 환경에 기초한 토의가 이뤄졌고 논의과 정에서도 정치적.경제적 논리보다는 한글의 정보공학적 측면에서 과학적 접근이 시도됨으로써 이번 대회가 한민족의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문제해결에 치중할 수 있었다.

특히 우리 대표단이 북한측에 남북한과 연변조선족을 무궁화위성 및 초고 속정보통신망으로 연결、 원격으로 공동연구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정보통신교류 협력센터"를 연길에 설립할 것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북한측이 긍정 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또다른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학계전문가들은 이같은 제안이 성사된다면 우리의 취약한 주전산기 응용SW 개발에 북한측의 SW개발인력이 투입될 수 있음은 물론 유닉스 운용체계、 컴퓨터에서 한글의 문자사용빈도、 음성신호 등 여러 분야에서 공동연구도 가능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남북간에 보다 자유로운 학문교류도 기대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번 대회를 보면서 남는 아쉬움은 통일이후를 대비해 민족공동사용 권고 안을 마련하기 위한 만남의 장인 국제학술대회 기간이 3일에 불과해 폭넓은토론과 협의를 가지기에는 너무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우리측의 참가자들간의 학술적 견해가 다른 경우들이 종종 나와 북한측과의 짧은 토론시간이 더욱 짧게 느껴졌다고 한다.

이 밖에도 국내학자간 사전조율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지적이다. 이 대회의 목적인 민족공동사용 권고안 마련에 초점이 놓인 만큼 중국 이외의 일본.미주 등 해외동포의 참여도 적극 유도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코리안 컴퓨터처리 국제학술대회는 우리말 컴퓨터처리를 위한 학술토론을 보다 진지하게 진행하기 위한 순수민간 모임이며 우리 민족의 공동발전을 모색하는 만남의 장이다. 내년 6월 연길에서 열릴 제3회 대회에서는 이상 지적한 대비점들이 보완돼 보다 알찬 대회가 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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