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산하 비디오프로테이프제작사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한국비디오협회 가칭 설립이 당초 일정보다 크게 늦어지고 있다. 프로테이프제작사는 그동안 임의단체로 운영해온 "프로테이프제작사협의회"를 확대해 지난 6월 문화체육부의 산하단체로 사단법인 "한국비디오협회"를 설립할 계획이었으나 현재까지도 문체부에 협회설립을 정식으로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에 대해 협의회측은 "지난 4대 지방선거와 7~8월 휴가철이 겹치는 바람에 문체부에 협회설립을 정식으로 통보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조만간 문체 부에 협회설립을 통보하고 발기인대회와 창립총회를 거쳐 늦어도 오는9월중 에는 협회를 정식으로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의회측은 새로 출범할 단체에는 현재 협의회 소속 6개 대기업과 중소프로 테이프제작사、 국내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4개 할리우드메이저 등 국내 프로 테이프산업의 실질적인 주체들이 대거 참여할 뜻을 비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협의회측의 협회설립 움직임에 대해 기존의 영상음반단체인 한국영상음반협회 는 최근 협회의 명칭변경과 함께 음비법개정에 대한 입장 등을 통해 한국비디오협회의 설립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또한 주무부처인 문체부 역시 "아직까지 한국비디오협회의 설립주체인 협의 회측으로부터 어떠한 정식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말하면서도 "이미 동일한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한국영상음반협회가 있는 데다 현 협회가 업무수행에 큰 문제점을 야기하지 않는 상태에서 또 하나의 협회설립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같은 입장은 국내 프로테이프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가 아닌가한다. 국내 프로테이프시장은 현재 점유율 1위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대우전자의 프로테이프판매사인 "우일영상"을 포함해 또 다른 대우전자계열의 "세 음미디어"、 "SKC"、 삼성전자계열의 "스타맥스"、 삼성물산의 "드림박스"、 "새한미디어"、 동아수출공사의 "영성프로덕션" 등 7개 대형업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더구나 프로테이프시장에서는 "CIC"、 "컬럼비아트라이스타"、 "폭스"、 "월 트디즈니" 등 워너브러더스를 제외한 할리우드 4대 메이저가 국내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직판 또는 위탁판매형식으로 활발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국내 7개 대형업체와 할리우드 4대 메이저들의 매출총액은 지난 94년말 기준으로 전체 프로테이프시장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 과 외국 메이저들은 전체 프로테이프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실질적 사업주체 로 부상한지 오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기업과 외국메이저는 현행 "음반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음비법)의 규정상 프로테이프사업 주체로 전혀 인정을 받지못하고있다. 이들 업체는 자사 이름으로 문화체육부와 공연윤리위원회에 작품의 심의를 요청할 권리가 없고、 국내 영상산업및 문화발전을 위해 어떠한 의무도 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업체가 현재 국내 프로테이프업계의 양대 단체인 "한국영상음반협회"나 "한국영상음반판매대여업협회(판대협)" 어디에도회원사로 가입돼 있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그동안 법규정과 인식부족 때문에 시장의 현실과는 동떨어진채로 정책이 마련、 시행돼왔고 산업과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민간협회차원의 노력도 이들 업체를 배제한 채 이루어지는 기형적인 구조를 보여왔다.
이 결과 국내 프로테이프업계에서는 정확한 시장통계가 집계조차 되지 않는것은 물론 기업들간에 과당경쟁으로 외국판권 가격의 상승을 부채질해 외화 낭비를 초래하는 등 여러가지 고질적인 병폐로 업계전체가 흔들리면서 침체 의 늪을 걷고 있다.
현재 이들 대기업과 외국메이저가 내세우고 있는 협회 설립의 명분은 단순하다. 실질적인 프로테이프사업의 주체로 전면에 나서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건전한 문화발전을 위한 사업을 주도적으로 벌이겠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최근 정부와 관련업계에서 영화와 프로테이프 등 영상소프트웨어분야에 대한 대기업자본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인정하고、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특히 문체부는 대기업자본의 프로테이프 시장 참여를 실제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음비법의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재 국내 프로테이프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일일이 열거할 수없을 정도로 산적해 있다. 기존의 협회나 문체부가 팔짱만 끼고 있을수 없는지경이다. 영상산업의 진흥과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비디오협회"의 설립은 불가피하다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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