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우리나라에 대해 통신시장 개방과 규제완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우리보다 앞선 정보통신기 술을 앞세워 통신시장 개방을 촉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시장확대를 추진하겠다는 포석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쌍무협상에만 매달려 왔으나 이제는 일본과 유럽연합 등이 미국과 보조를 맞춰 한국시장에 대한 통신개방을 요구해 통신시장 개방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통신분야 전문성과 경쟁력을 고려한 시의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 자생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만약 외국의 통신시장 개방과 규제완화 요구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결국 통신시장을 외국에 내 주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통신산업의 기술은 하루아침에 개발할 수 없어 한번 외국의 지배를 받게 되면 기술종속에 서 벗어나기가 어렵고 국제간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부터 5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기본통신협상에 참석한 우리대표단들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등 선진국들 은 우리나라에 대해 유.무선전화등 기본통신분야의 사업자수 제한금지、 공정한 상호접속 보장、외국인 지분제한 폐지 등을 요구해 왔다고 한다.
세계무역기구 기본통신협상을 통해 우리나라에 국가별 양허요구서를 제시한 나라는 미、일、캐나다、 EU、 호주、 뉴질랜드 등 6개국이지만 이들 국가는 시내.외 및 국제전용회선 재판매사업의 자유화、 국제위성통신서비스의 외국 인 참여 및 이용자의 위성지구국 설치 허용、 케 이블TV를 통한 전화서비스 허용도 요구했다.
정보통신부는 스위스에서 열린 7차협상이 각국의 최초양허안 제출을 위한 모임이었으나 이를 정식으로 제출한 나라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각국의 양허요 구서를 검토하고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들의 양허내용을 확인해 우리측 양허 계획안을 작성한뒤 관련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오는 10월 중순 이를 확정 、 제출할 예정이다.
한국에 대한 양허요구서에서 가장 폭넓게 개방과 규제완화를 요구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모든 협상참가국에 대한 양허요구서를 통해 기본통신분야 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폐지、사업자수 제한금지、 서비스제공과 관련된 허가기준 및 면허절차의 공시 등 규제의 투명성과 규제완화 및 공정경쟁보장 등을 요구했다. 또 한국통신과의 공정경쟁 보장을 위해 회계분리 및 망공개 등의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은 전용회선 재판매사업의 전면자유화、 케이블TV사업자의 전화서비스 및 이용자의 지구국설치허용、 한.일간 국제위성통신서비스의 자유화、 지배 적 사업자의 지위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공정경쟁 보장책 등을 요구했다.
EU는 사업허가제도의 모호성 배제와 합리적.객관적.비차별적 주파수할당과 신청서 제출후 합리적인 기간내에 가부를 통지하고 정보처리 요청권과 구제 기회부여까지 주문했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은 재판매사업의 전면 자유화와 함께 국제전화 요금의 국가별 차이를 이용한 콜백서비스와 리파일서비스 허용을 요구해 왔다. 이번 WTO 기본통신협상은 오는 9、11、12월 등 앞으로 세차례 각국이 더 협상을 가질 계획이며 협상 진전상황을 검토하기 위한 고위관계관회의를 10월 6일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는 통신시장 개방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우선 이번 통신시장 개방에 앞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통신시장은 전문성과 국제간 경쟁력을 바탕으로 개방문제에 접근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외국업체의 개방요구에 일방적으로 따르다 보면 국내통신산업은 설자리가 없고 언제나 선진국들에 의존해야 한다.
통신시장 개방에 따라 우선 독자적인 통신기술개발과 통신장비 수급、 산업 체와 정부간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만약 이런 일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는 국제간 통신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정부나 업계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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