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업계의 일PL법 비상

국내 전자업체들이 최근 일본의 제조물책임법(PL법) 시행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PL법은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가 신체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을 때 제조물의 결함만 객관적으로 입증되면 제조자가 배상책임을 지게 하는 일종의 소비자보호제도이다. 이 법은 일본의 자국산 제품뿐 아니라 수입품에도 적용되며 책임주체도 제조자는 물론 수입 업자.상표사용자.부품생산자.설계자등 제품과 관련있는 업체에 모두 해당되도록 규정돼 있어 이 법에 의해 제소당할 경우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엔고로 대일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국내 전자업체들에게는 이 법에 대한 관심이 비상할 수밖에 없다. 국내업체들은 이 법에 의해 제소되는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본 보험회사에 PL보험 가입을 서두 르고 있으며 수출제품의 설계단계에서부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품질확인 및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다.

PL법은 미국이 70년대 처음 시행한후 80년대들어 유럽 각국이 이를 잇따라 도입하면서 시행국가가 급격히 늘기 시작、 현재는 중국.러시아에 이르기까지 20여개국이 이 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 나라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 전자업체들로서는 이미 대책수립이 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일본이 PL법을 시행한 시점에서 국내업체들이 새삼 긴장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PL법 시행으로 우리의 주요 수출국이 대부분 PL법 시행국가가 됐다는 이유외에도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과의 관계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PL법은 개방화추세에 따라 늘아나게 될 수입품에 의한 소비자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역할뿐 아니라 소비자주권 확보차원에서 세계적인 추세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마디로 이제 PL법 시대가 도래했다고 봐야 할것이다. 따라서 이제 어느 나라에서든 소비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일류제품이 아니면 수출은 물론 자국내 판매도 어렵게 된 것이다.

국내 수출품은 이제 상대국의 PL법에 따라 엄격한 품질과 안전성을 규제받게되며 수출품의 결함으로 인명 또는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전적으로 업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전자업체들은 저가격을 무기로 세계시장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저가격만으로는 수출이 안되는 시대가 됐다.

PL법 시대에는 소비자의 안전보호가 기업의 당연한 의무로 규정된다. PL법시 행이 기업에 부담을 주고 비생산적인 클레임 처리업무가 늘어나기는 하겠으나 기업들에게 제품의 결함 최소화 및 품질향상 동기를 유발、 이로 인해 오히려 소비자에게 기업이미지를 제고시켜 매출증가라는 결실을 얻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공공연한 불안 감을 앞세울 필요는 없다. 오히려 WTO체제출범에 따른 무한경쟁시대의 시험 대중 하나로 인식、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의 품질향상과 안전성을 중시한 설계능력 제고를 비롯 사내 전담기구 마련을 통한 PL사고발생 방지대책과 PL보험가입등 사고 발생시구체적인 대응방안 마련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도 그간 국내기업들이 성장위주의 경영을 추진해오면서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소비자주권 존중을 기업 경영의 틀로 잡아야 한다. 기업이 소비자권리 보호에 전력을 다하는 것은 바로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국경없는 세계시장에서 만나는 소비자는 이미 값싸고 질좋은 제품에 길들여져 있는 까다로운 소비자이며 그 시장은 PL법등 소비자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시장이다. 이런 시장에서 까다로운 소비자를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은 품질개선과 안전성 확보에서 한층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PC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업체간 정보공유체계의 정립이 바람직한 방법으로 제시될 수 있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은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클레임이 기업이미지에 타격을 준다고 공개를 꺼려왔다. PL법 시대에서는 이러한 관행 은 버려야 한다. PL법에 의해 제소되는 경우 이를 숨김으로써 국내 관련업체 가 같은 이유로 제소될 수 있어 국내업체간 정보교환이 상호 도움이 될 것이다. WTO체제출범으로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요구되며 PL법 시행도 그같은 차원에 서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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