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쟁상대 명확하게 설정해야

국내 전자업계가 달라지고 있다. 주요 전자업체들은 안으로는 개방화에 대비 하고 밖으로는 세계화를 겨냥해 기업체질과 경영체제를 과감히 바꾸는 특단 의 신경영방침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경영혁신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은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시대적상황을 감안, 초경쟁기반을 확립하기 위함이다. 종합전자4사가 추구하는 경영전략을 보면 국내전자산업의 나아갈 방향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먼저 총력경영체제의 구축을 들 수 있다. 공격형 경영 으로 기회를 선점하고 세계화에 적극 대응한다는 것이 전자4사가 내세우는올해 경영방침의 골격이다. 이같은 경영전략은 세계무역기구(WTO)출범으로 불붙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가 경영대계를 짜는데 해외컨설팅업체들을 이용하는 것도 두드러진 특징중의 하나다. 해외컨설팅업체에 의뢰하는 경영자문은 리엔지니어링에서부터 전략적 사업계획수립에 이르기까지 경영전반을 포괄하고 있다. 다소의정보유출부담이 따르긴 하지만 비교적 확실한 처방전을 갖고 뛰자는 게 외국 업체에 컨설팅을 의뢰하는 1차적인 목적이다.

특히 이들 업체의 컨설팅은 2000년대를 지향하는 장기연구개발프로젝트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경쟁우위에 있는 기업만 살아남는다는 글로벌 경영체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비즈니스의 틀을 다시 짜야함은 물론이다.

지난해말부터 단행되고 있는 조직개편에서도 이같은 경향을 읽을 수 있다.

전자4사는급변하는 기업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경영조직을 경쟁 력강화 방향으로 개편하고 있다. 전자4사의 개편에는 유사조직을 통폐합, 경영의 효율을 꾀하고 해외관련조직을 강화, 세계화를 가속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다음으로 현지법인을 방어형에서 공격지향형으로 전열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전자업계가앞다퉈 현지인 사장제를 도입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현지인사장을 발탁, 생산판매는 물론 인사.재무에 이르기까지 경영전반의 의사결정 권을 부여하 는것은 현지경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세계화의 첨병역할을 하는 지역전문가를 집중양성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전자업체들의 경영방식이 방어형이나 보호형에서 공격형으로 바뀌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이같은 공격형 경영은 분산형 및자율형을 수반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기존의 중앙집중형으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다원화체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권한과 책임이 명실상부하게 이양될때 전방위 경영체제가 구축되는 것이다. 조직의 누수현상을 방지하고 현장제어력을 제대로 갖게하기 위한 경영요건이 바로 공격.분산.자율이다. 경영의 3정을 제대로 세우는 기업은 미래로 세계로 나가는 티켓을 예약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퇴영의 그림자를 밟을 수밖에 없다.

이제 국내업체들도 변화무쌍한 세계경쟁환경에서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서는과감한 자기변신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전자업계가 올해 들고나온 신경영전 략이 결실을 맺으려면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이 조직내부에 용해돼 강제된 일시적 힘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뭉쳐진 응집력이 발휘돼야 한다. 여기에는요란한 경영구호보다는 차분하고 내실있는 실천의지가 더욱 중요하다.

특히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경쟁상대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국내전자산업을 먹여살리는 효자상품중에서 으뜸을 차지, 세계적인 위상을 한껏 드높이고 있는 반도체산업같이 세계제일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정태적이고 방어적인 수성에서 어떠한 상황하에서도 부단히 경쟁우위를 창출, 초경쟁기반을 구축 해야 한다.

새해 국내전자산업에 거는 기대는 각별하다.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경쟁상대를 구체적으로 설정, 앞서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무기를 개발하는게 급선무다. 여러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포괄적인 경영 방침으로는 세계최고를 지향하는데 한계가 있다.

국내기업들의 경쟁상대는 내국 기업이 아니라 세계제일의 기업이라는 사실에유념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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